예상치 못한 비극에도 '가족'으로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추적단불꽃
2023/06/08

김조광수 감독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동성혼 법제화 관련 가족구성권 3법 연속 토론에서 당사자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법률혼이 아니어도 많이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기자가 저와 배우자를 언급할 때 ‘부부’라는 호칭을 붙입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도 저희가 결혼해서 잘 사는 걸 알고 있습니다”

김조광수 감독은 ‘혼인 차별’ 당사자이다. 2013년, 김조광수 감독과 그의 배우자인 김승환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대표는 300여 명의 지인과 1,000여 명의 시민에게 축복받으며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공개 야외 결혼식을 올렸었다. 같은 해 12월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불수리’ 처리됐다.

“최근 택배를 경비실에 맡겨 놨다고 연락받았어요. 찾으러 갔더니 경비분이 “그 남편… 뭐지? 그, 어! 그분이 가져가셨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호칭을 어떻게 부를지 모르셔서 당황하시는구나 싶어서 남편이나 배우자로 불러주시면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경비실 아저씨가 ‘그럼 네가 여자 역할이냐?’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외국의 동성결혼 보장된 나라는 여성 커플은 둘 다 와이프, 남성 커플이어도 둘 다 남편 이렇게 부르니까 우리를 마음껏 남편이라고 불러주셔라”고 설명했죠. 그제야 동성 부부를 어떤 호칭으로 불러야 할지 안심이 된다는 눈치였습니다”

실생활에서 겪은 해프닝으로 경쾌하게 발언을 시작한 감독은, 공개 결혼 후 10년이 지났지만, 손에 잡히는 변화가 없는 현실을 말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법률적으로 ‘부부’가 아닌 ‘동거인’인 동성 부부는 ‘응급실에서 접견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한다’거나 ‘서명할 수 없는 수술동의서를 앞에 두고 사이가 소원한 원가족에게 연락’해야 한다. 국가가 동성인 배우자를 서로의 법적인 보호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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