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태
채희태 · 낭만백수를 꿈꾸는 교육사회학도
2023/10/02
※ ZD넷 코리아에 칼럼으로 연재했던 글입니다
<사진 제공 : 모티링크>

PC에 파일을 보관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나는 거의 병적으로 그때그때 파일들을 분류해 폴더에 보관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온갖 폴더와 파일들로 가득 차 있는 PC의 바탕화면을 보면 숨이 턱 막힌다. 나름의 기준으로 파일들을 분류해 폴더에 넣은 후 깔끔하게 정리된 바탕화면을 보면 왠지 모를 뿌듯함까지 느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뿌듯함이 짜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PC에 저장되어 있는 파일들이 늘어나면서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폴더로 인해 원하는 파일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폴더 안에 어디 파일들만 있겠는가? 바탕화면처럼 하나의 폴더에 파일이 10개 이상 쌓이면 그 파일들을 또 분류하고, 그 폴더 안에 또 파일이 쌓이면 다시 분류하고… 이러한 분류 방식이 효율적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렇게 파일들을 분류해야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실 진실을 믿기보단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진실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더 많다. 

폴더, 디지털로 재현한 아날로그 서랍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기억은 점점 더 쓸모가 없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차를 사면 가장 유용한 것이 책자로 되어 있는 지도였다. 내비게이션이 등장하기 전 자동차 영맨들은 자신에게 차를 구입한 고객에게 갖은 쌩색을 내며 지도책을 서비스로 건네주었다. 그리고 낯선 장소를 운전할 땐 으레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지도책을 펼쳐 놓고 운전자에게 길을 안내했다. 그래서 그 자리가 연인석이나 배우자석이 아닌 조수석으로 불리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내비게이션에 익숙해진 우리는 아는 길도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는다. 

전화번호는 또 어떤가? 내가 외우고 있는 유일한 휴대폰 번호는 옆지기의 번호다.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옆지기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나마 기억의 쓸모가 남아 있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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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백수를 꿈꾸는 프리랜서 콘텐츠, 정책 기획자, 사회 현상의 본질을 넘어 그 이면에 주목하고 싶은 兩是論者.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 저자. ZDNET 코리아에 칼럼 "IT는 포스트노멀 시대의 나침반이 될 수 있을까" 연재. 공주대학교 평생교육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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