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하는 쇼닥터, 명의는 도대체 어디에?
2024/04/06
요즘 종편, 지상파, 케이블 가릴 것 없이 TV나 유튜브에 의사가 넘쳐난다. 질병이나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상업적인 유튜버들과 거의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하며 ‘구독, 좋아요’를 외치는 의사들도 부지기수다.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나라 의사들이 이렇게 행동하게 된 것일까? 과거에 우리가 존경했던 수많은 의사 선배님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었나? 내 기억엔 어떤 선배님들도 출연한 걸 본 사례가 없다. 과거에 예능 프로그램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안 나오신 것은 아니다. 그건 아마도 환자를 보는 의사로서의 ‘품위’가 훨씬 중요했기 때문일 게다.
임상 의사의 진정한 직분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자기가 맡은 환자를 고치는 일이다. 더 잘 고치기 위해 남들의 연구 결과를 배우고, 자신만의 의학 연구를 수행하기도 한다. 여기엔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라는 절대 규칙만이 존재한다. 정치, 경제 등 세상의 어떤 이익 관계도 여기에서는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 이에 따라 전쟁터의 의사는 적십자 정신에 입각해서 적군 병사도 똑같이 치료해야만 한다. 그런데 TV나 유튜브에 나오는 의사들이 이런 고귀한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는가? 이들이 나오는 종편, 케이블 방송에서는, 의사인 필자도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영양성분을, 낯뜨거울 정도로 극찬하는 내용들이 많다. 그 방송 직후에는 같은 성분을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상황을 보면, 안 봐도 뻔한 커넥션에 혀를 차기도 한다. 게다가 유튜브는 규제나 윤리 규정이 빈약한 공간이다 보니, 의학적인 내용을 반하는 황당한 정보가 판을 친다. 정치적으로도 가짜뉴스가 많듯, 의학 정보의 상당수가 영양제 판매, 병원 유인 등을 위한 가짜임에도, 일반인들은 이를 구별할 전문지식이 없다는 게 문제다. 여기에 의사까지 출연하거나, 아예 의사가 운영하는 채널이라면 훨씬 더 속기 쉬울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의대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전임교수, ㈜세닉스바이오테크 대표이사, (사)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 원장 및 뇌혈관대사이상질환학회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의학자로서 뇌졸중의 기초와 임상에 관한 200여 편의 국외 논문을 발표했으며, 대한신경과학회 향설학술상, 서울대학교 심호섭의학상, 유한의학상 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 3개 부처로부터 각각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심장/뇌졸중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American Stroke Association)의 석학회원이기도 하다. 뇌졸중 전문가들을 위한 6권 교과서인 <뇌졸중 재발견(Stroke Revisited)> 시리즈, 일반인을 위한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