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없이 애를 가질 수 있다면? 이 영화가 던진 질문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0/24
SF의 미덕 중 빼놓을 수 없는 하나는 오늘의 세상을 달리 보게 한다는 점이다. 발전한 기술이 가져온 달라진 미래의 이야기가 SF의 기본이다. 기술은 삶을 바꾸고 인간을 전과 다른 무엇으로 만든다. 도구적 인간은 도구를 활용할 뿐 아니라 도구에 의존한다. 불을 얻은 인간이 날것을 소화하는 능력을 잃어가듯 달라진 기술은 인간에게 발전과 퇴화를 동시에 가져오는 법이다.
 
오늘의 시선에서 미래의 달라진 삶을 상상하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1000년 전 인간은 다이어트며 체형을 고민하는 오늘의 인간을 상상하지 못했을 테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인간은 1000년 전 인간의 주된 고민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구수 절벽에 직면한 한국의 청년들이 여전히 결혼과 임신을 꺼리는 모습 또한 과거의 인간은 이해하지 못한다. 가족으로부터 벗어나 혼자 살아가는 1인가구라거나 이웃과 교류 없이 지내는 수많은 도시인들의 삶 또한 과거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모두가 달라진 삶의 양식 때문이며, 본래적이라기보다는 기술이 가져온 변화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기술이 변화한다면 미래의 삶 또한 크게 달라질 게 분명하다. 어느 순간 오늘의 관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삶을 미래의 사람들은 기꺼이 택할 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을 사는 이들 중 적잖은 수가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 가문을 위하여 평생을 희생하는 삶에 고개를 가로젓듯이 미래의 이들은 오늘의 삶을 한심하게 여길는지 모른다. 그저 몇 가지 기술의 도래가 인간의 삶과 취향, 판단까지를 완전히 바꿔낼 수도 있는 일이다.
 
영화 <팟 제너레이션>이 그리는 미래가 바로 그렇다.
 
▲ 팟 제너레이션 포스터 ⓒ 왓챠

극단적 성과사회, 사라진 것에 주목한다

소피 바르트는 이 영화로부터 충분히 현실화가 가능한 미래사회를 섬세하며 섬뜩하게 그린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극단적인 성과위주의 사회상이다. 재독철학자 한병철이 일찍이 <피로사회>에서 지적한 현대사회의 성과주의가 극대화된 사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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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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