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의 인문학 수업

얼룩커
2024/07/15
나는 다전공자이다. 특성화고등학교 기계과를 졸업했고 대학에서는 기계교육공학과에 다니면서 부전공으로 수학을 공부했다. 중학교 교사로 발령 받아 수학을 가르치면서 대학원 공부를 했는데, 교육대학원에 진학하여 전산교육을 전공했고, 일반대학원에서 교육과정을 공부하였다. 교사 자격으로는 중등 2급 정교사(기계), 중등 1급 정교사(수학), 중등 2급 정교사(전산) 자격이 있고, 고등학교에서 교육학을 가르칠 수 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교육학, 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교육과정, 학습지도, 교직실무, 교육정책 등의 과목을 강의했다. 

다른 자격증도 몇 개 있는데 고등학교 때 취득한 정밀가공기능사 2급, 인터넷 도입 초기에 딴 인터넷 정보검색사 1급,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이 있다. 전공을 바꾸어 공부한다고 할때 주변에서는 한 가지를 꾸준히 깊게 들고 파는 것이 좋다고 했다. 지금은 통섭이니 융합이니 하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리지만 그때만 해도 모험이었다. 사람이 평생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으니 여러 가지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진중하게 끝을 보지 못하고 넓고 얕은 지식을 탐하였다. 두루 아는 척은 할 수 있지만 깊게 들어가면 어느 하나도 자신이 없다.       

올봄에 장가를 간 아들의 방이 비어 있다. 가끔 들어가 책도 읽고 아들의 흔적도 느껴보곤 하는데, 어느 날인가 눈에 띈 노란 책이 있었다. 제목을 보니 '엔지니어의 인문학 수업'이라 돼 있다. 공학도를 위한 인문학 교양서다. 호기심에 처음 몇 쪽을 훑어보다가 어느새 중반부까지 읽게 되었다. 아들은 공대를 나와 전공 관련 분야 회사에 다니고 있다. 몇일 전 아들이 본가에 왔을 때 '우리 가족 중에는 나만 엔지니어에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현재 시점에서는 아빠 역시 공학과는 거리가 멀지 않냐는 생각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나중에 아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엔지니어의 인문학 수업, 새뮤얼 플러먼 지음, 김명남 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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