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의 퀴어談] 자본주의일지라도 관계는 아프다
2024/08/06
에어컨 없는 도시 빈민(아니 직장도 없이 유랑 중이니 도시 난민인가!?)로 여름을 견디고 있다. 작년 이 맘 때에 이사와 전 세입자가 두고 간 에어컨에 내심 기대를 걸었는데 역시나 사용불가한 고물 판정을 받아 어느새 벽에 걸린 골동품이 되버렸다. 좋은 시절에는 40대 백수아줌마의 한여름 더위를 달래줄 은행, 미용실이나 분식집 같은 동네상점이 활짝 열려 있었지만, 세계대공황을 향해 성큼 걸어나가고 있는 요즘에는 에어컨보다 더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는 여름 한철 나기가 어렵다. 창립 이래 단 한번도 2배 매출성장을 기록하지 않은 해가 없다는 별다방코리아의 눈부신 성장이 커피콩 불린 물 한잔을 거의 쌀 한되 값에 이 나라 상당수 백수들에게 팔아온 결과라는 것을 올 여름을 보내며 다시 실감하고 있다.
'내가 에어컨이 없지 땀구멍이 없냐, 쌈지돈이 없냐.'라는 억화심정으로 선풍기 두대 사이에서 불타고 있는 몸뚱이를 일으켜 이전 직장 벤더로 만났던 에어컨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록 1년 남짓 안 사이지만 회사 소재 부천지역 내 여러 곳을 알아보고 비교견적까지 받아보며 원픽으로 꼽았던 업자라 나름의 신뢰가 있었다. 작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회사 에어컨 수리/설치를 맡기기도 했다. 회사에서 업체와 일할 때면 나는 견적에 상당히 후한 편이다. 개인과 달리 '人'은 인이지만 법인은 쉽게 돈을 번다는 것을 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