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은 계속 된다.

류영재
류영재 인증된 계정 · 법과 인권에 관심있습니다.
2021/10/30
사실은 절망적이고 피곤하다. 

예컨대, N번방. 그거 없던 게 뿅하고 생긴 걸까, 갑자기 조주빈이란 희대의 악마가 나타나 홀연히 창조해낸 전무후무한 범죄고 이젠 두 번 다시 없을 그런 건가. 천만의 말씀. 

N번방의 토대는 옛날 옛적부터 존재했다. 여성의 신체 또는 성행위를 동의없이 촬영 유포하거나 동의없이 유포하는 행위, 죄의식없이 버젓이 저질렀다. 우리 사회는 그 영상들을 스캔들/섹스비디오로 불렀다. 촬영과 유통을 문제삼는 대신 영상 속 여성들을 손가락질했다. 사회 전체가 범죄를 오락거리로 즐겨왔던 셈. 그 구조가 소라넷을 탄생시켰고 N번방을 만들었다. 

'직접 건드리지 않았다면 성범죄가 아니'란 인식이 광범위하게 형성됐다. 성착취영상은 '국산야동'으로 불렸고 피해자들은 보고 즐길 '그 무엇'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됐다. 영상 속 여성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국회의원들이나 검경, 판사들(나 포함)도 일조했다. 디지털 성범죄로 인해 자살하거나(탈의실 불법촬영 피해자 자살사건), 불법사이트에 돌아다니는 자신의 영상을 검색하고 삭제하느라 삶과 돈을 쏟아붓는 피해자들이 나오는 데도, 그런 영상을 불법촬영하거나 불법유통하거나 불법소비하는 일은 남자들의 자연스런 성장과정 정도로 인식했다. 그래서 처벌 법을 만들면 모든 남자들이 전과자 된다는 우려나 표하고(피해자들은 이미 삶을 포기하고 있는데), 그나마 처벌되는 행위에 대해서도 기소유예/선고유예/벌금형으로 반응했다(예컨대 미성년자 불법촬영물 수백 건을 소비해도). 

그런 인식구조 하에서 현대판 디지털 성노예 시장인 N번방이 나올 수 있었다. '몇십만 명'이 유료로 즐긴 노예놀음. 유태인들을 인간 이하로 세뇌시켜 가능했던 홀로코스트 처럼, 소수 민족들을 벌레로 불러 가능했던 르완다 제노사이드 처럼.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은 인간이 아니라 '국산야동'에 나오는 '무언가'였다. 

직접 건드리는 것만 성범죄라는 환장할 전통이 n번방의 한 축을 담당했다면 다른 축은 더 망할 유구한 전통인데 바로 미성년자 성착취, 이름하여 '미성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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