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여전히 '야구'는 여성들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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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7
※영화 『야구소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로 야구가 시작됐다. 

사실 시작한 지는 좀 됐다. 다만, 내가 응원하는 팀이 승리를 간헐적으로 하는 바람에 심리적으로 아직 개막한 느낌이 안 들뿐. 참고로 어제도 졌다. 친구 말로는 내가 1년 동안 할 욕을 프로야구 시즌에 다 한다고 한다. 야구는 점잖은 사람을 거칠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연고지도 아닌 야구 구단을 어쩌다 응원하게 됐을까. 억지로 멱살 잡혀 끌려간 첫 직관이 승리로 끝났기 때문일까. 어쩌면 그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먹었던 치킨과 시원한 맥주가 입에 착 달라붙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인생의 전환점이 대부분 우연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그렇게 야구도 내 인생에 입주 신고를 넣었다. 

문제는 이 세입자가 가끔, 아니 꽤 자주 이해 못 할 행동을 한다는 거다. 그럴 때마다 간절히 쫓아내고 싶어 지지만 이미 영구 임대로 계약을 해버려서 맘대로 쫓아 내지도 못 한다. 어쩔 수 없지. 돌이킬 수 없다면 뛰어드는 수밖에. 영화 『머니볼』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야구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

이게 야구냐, 농구냐 싶을 정도로 점수차가 나다가도 홈런 한 방 때려 주면 갑자기 가슴에 희망과 희열이 가득 차오른다. 그렇다. 이 적폐 스포츠에는 그런 매력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야구를 사랑하게 된 사람들 중 누군가는 야구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야구는 특정인에게만 ‘허락’된 스포츠다. 정확히는 특정'성별’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야구는 4대 구기종목(야구, 축구, 배구, 농구) 중 유일하게 여성 리그가 존재하지 않는 종목이다.
야구가 여성에게 ‘허락’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1981년, 한국 프로야구는 출범 당시 ‘의학적으로 남성이 아닌 자’는 부적격 선수로 분류했다. 

이 조항이 사라진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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