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교사가 학교에서 겪는 일(서이초 선생님 사건에 부쳐)-1부

윤경수
윤경수 인증된 계정 · 레즈비언 교사
2023/07/23
영화 '여교사'

서이초 선생님 사건 때문에 몇 일째 트위터에서 살고 있다. 이 사건에 교사들이 학교급에 상관없이 모두 동요하는 것은, 그것이 그 선생님 개인만이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라는 곳이 정말 쉴 새없이 변하는 곳이지만, 학교라는 공간만큼 그럴까? 학교라는 공간은 내가 재직했던 약 20년간 숨가쁘게 변했다. 유감스럽지만 더욱 열악하게 변했다. 적어도 20년 전에는 악성 민원이라는 이슈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교육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행정 업무가 하나 둘씩 늘어갔고 이제는 업무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교사의 가장 큰 노동 영역은 수업이 아니라 행정 업무이다.)  돌봄 노동의 무게는 점점 늘어가지만 보상은 적다. 교사가 해야하는 영역은 그야말로 무한대같이 느껴진다. 참고로 내가 7월 13일 하루에 했던 일의 종류를 일기에 적어 내려갔는데 무려 20가지였다. 나는 수업과 성적이 더 강조되는 특목고에 재직하고 있는데도 이 지경이다. 책임은 너무 많은데 권리는 적다. 특히 학생이나 학부모로 부터 교권 침해 사건을 겪으면 교사의 권리가 얼마나 제한적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보호해줄 권리나 법률은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학교라는 조직의 수장인 교장과 교감이 철저하게 남의 편이라는 것을 절절하게 느낄 것이다. 그리고 동료 교사들도 모두는 내 편이 아니라는 것을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놀랄 것이며 두번째는 화가 날것이고 세번째는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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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19년차, 레즈비언 3년차. 레즈비언 삶과 교직의 삶을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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