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원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 이재포 외, <Z세대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디지털 시대, 건강한 시민으로의 성장을 위해>, 민들레

안정인
안정인 인증된 계정 · 읽고 쓰는 삶
2023/10/10

핸드폰은 없어도 게임은 못 참지
“엄마, 우리 반에서 핸드폰 없는 사람 나밖에 없대!” 

초등학교 5학년인 큰아이가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외쳤다. 반에서 스마트폰 관련 실태조사를 했는데 핸드폰이 없는 아이는 우리 아이 하나고, 폴더폰을 쓰는 아이가 한 명 더 있고, 나머지는 전부 스마트폰이라고 한다. ‘이제 때가 된 건가…?’ 싶어 너도 갖고 싶냐 물어보니 지금은 필요가 없단다. 오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고 했다. 저도 갖고 싶을 텐데 특별히 조르지 않는 아이가 신기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이 “부모님이 큰 결심 하셨구나.” 칭찬해 주셨단다. 친구들 앞에서 남몰래 어깨가 으쓱했나 보다. 

선생님 말씀대로 뭔가 큰 결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작년 초까지 3년간 살았던 영국에서는 중학교 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고가의 핸드폰을 사주는 일은 드물었다. 아이들이 보호자 없이 혼자 있는 일이 없기에 굳이 필요가 없기도 하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나는 아이들이 집에 오는 시간에는 최대한 집에 있으려고 하고, 부득이하게 나갈 때는 식탁 위에 쪽지를 써놓고 간다. (물론 이건 내가 직장에 매여있지 않아 가능한 일이다.) 학교와 학원 모두 아이가 도착하면 문자로 알려주는 ‘아이 알리미 서비스’가 있어서 심신의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핸드폰이 있으면 더 편리하겠지만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요금도 아깝고, 핸드폰으로 시작되는 사춘기 전쟁도 최대한 늦추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그래도 아이가 원한다면 완강하게 반대할 생각은 없다. 아니, 할 수가 없겠지.

Kelly Sikkema @ Unsplash


큰아이가 영국에서 초 3이었을 때 어느 날 마인크라프트(Minecraft)라는 게임 얘기를 했다. 친구들이 하는 게임인데 본인도 해보고 싶단다. 남편과 나 둘 다 게임에 큰 관심이 없기에 아들의 요구가 낯설었다. 그날부터 치열한 고민과 가족회의가 시작되었다. 찾아보니 게임 자체가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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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세상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를 들여다봅니다. 삶과 앎이 분리되지 않는, 삶을 돌보는 기예로서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고, 독립출판물 『영국탐구생활』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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