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를 내야할까?

동네청년 · 망원동에 기거하는 동네청년입니다.
2024/01/16
일론 머스크는 본인이 13살쯤 됐을 때(그는 만나이를 이야기하는 거니까 중2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삶이 무의미해보이는 실존적 위기를 겪었다고 한다. 그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철학 책, 종교서적 등 손에 닿는 인문서적은 다 읽어 봤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개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책은 더글라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는데, 이 책에서는 지구가 거대한 컴퓨터라는 설정으로,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지구는 "42"라는 답을 한다고 한다. 조금 의아하거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는 결론에 머스크는 "유머를 가장한 실존주의철학"이라는 코멘트를 하는데 이 책의 요점은 만약 모든 문제의 답이 임의로 정해져 있다면 진짜 문제는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어떻게 문제를 만들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라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 모든 질문의 답은 우주이고, 좋은 문제를 내려면 지구보다 더 큰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사실 머스크가 강조하는 문제만들기의 중요성은 이전부터 줄곧 제기되어 왔었다. 아인슈타인 역시 "문제를 만드는 것이 해결책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조금 덜 알려진 현대철학자 들뢰즈도 본인의 박사논문에서 철학의 주과제가 기존에 없던 대답이 나올 수 있도록 문제를 다시 정의하는 것이라고 했고, 이는 사실 19세기 철학자 헤겔의 '해결책이 문제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다시말해 문제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그 안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답의 숫자나 가능성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기가 힘드니 구체적인 예를 한 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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