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를 내야할까?
일론 머스크는 본인이 13살쯤 됐을 때(그는 만나이를 이야기하는 거니까 중2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삶이 무의미해보이는 실존적 위기를 겪었다고 한다. 그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철학 책, 종교서적 등 손에 닿는 인문서적은 다 읽어 봤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개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책은 더글라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는데, 이 책에서는 지구가 거대한 컴퓨터라는 설정으로,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지구는 "42"라는 답을 한다고 한다. 조금 의아하거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는 결론에 머스크는 "유머를 가장한 실존주의철학"이라는 코멘트를 하는데 이 책의 요점은 만약 모든 문제의 답이 임의로 정해져 있다면 진짜 문제는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어떻게 문제를 만들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라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 모든 질문의 답은 우주이고, 좋은 문제를 내려면 지구보다 더 큰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사실 머스크가 강조하는 문제만들기의 중요성은 이전부터 줄곧 제기되어 왔었다. 아인슈타인 역시 "문제를 만드는 것이 해결책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조금 덜 알려진 현대철학자 들뢰즈도 본인의 박사논문에서 철학의 주과제가 기존에 없던 대답이 나올 수 있도록 문제를 다시 정의하는 것이라고 했고, 이는 사실 19세기 철학자 헤겔의 '해결책이 문제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다시말해 문제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그 안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답의 숫자나 가능성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기가 힘드니 구체적인 예를 한 번 살펴보자.
국내 명문대의 모 교수는 본인의 강의에서 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여자들도 취업을 열심히 해야 하나요? 그냥 시집 가면 되는데..." 얼핏 봤을 때도 성불평등을 지향하는 이 질문에 대한 피상적인 대답은 "여자들도 일을 하고 싶어하고, 그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