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무덤’은 독특한 범죄다
2022/09/21
By 로저 코헨(Roger Cohen)
사망자를 신원확인도 없이 묻어버리는 건 전쟁이 남긴 상처를 더욱 아프게 만드는 일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후퇴할 때마다 "신원미상의 사망자"라는 흔적이 남는다. 죽음을 추모하고 싶어 하지 않는 문화권은 없다. 실종자의 가족들은 죽은 가족의 신원을 확인해야만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 아마도 이것이 전시에 생겨나는 집단 무덤(전사자들을 합장한 무덤)이 인간 양심의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불쾌하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지난주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소나무 숲에서 발견된 수백구의 시신에 대해 확실히 확인된 사실은 거의 없다. 단지 이 무덤의 발견이 긴 이야기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신원미상의 시체 더미, 생명 경시, 유기된 시신에서 나는 악취 등 가장 비인도적인 상황을 되돌리고 인간의 존엄함을 회복하려면 뼈를 깎는 법의학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DNA 샘플을 채취해 식별하고, 시신 조각들을 대조하고,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 이어질 것이다. 일주일 전 퇴각한 러시아군이 시신에 가한 범죄행위를 알아내는 일도 이어져야 한다. 보스니아부터 르완다, 아르헨티나에서 과테말라까지 모든 전장에 생겼던 집단 무덤은 남은 이들에게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 개개인의 삶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과업을 남긴다.
케냐인인 컬럼비아 로스쿨 인권센터의 앤즐리 패린 부소장은 "지구 한 편에선 영국 여왕의 장엄한 장례식이 치러지는 사이에, 지구 다른 한 편에선 대규모의 폭력으로 대규모의 무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극단적인 두 가지 사례를 비교해보면, 사망한 누군가를 신원 미상인 상태로 매장한다는 건 망자를 기리려는 기본적인 인간 본능에 위배되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