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문은 진리 탐구의 도구일 뿐.

김형찬
2023/08/07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해서, 병을 파악하고 치료법을 다 정한 후에도 가능하면 환자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각자 드러내는 부분은 다르지만, 그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모든 사람의 인생이 한 권의 책이고 드라마이며 영화라는 말을 실감한다.
   
상담을 마치고 이야기를 되뇌다 보면 우리 삶이란 결국 한 편의 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 생각은 ‘나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써가고 있는가?’란 질문으로 이어진다. '의사는 환자에게서 배운다.'는 말은, 단순히 치료의 경험을 통해 숙련된 의술을 익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의 만남을 통해 한 인간으로 삶의 이야기를 완성해 가는 것을 뜻한단 생각이 든다. 

환자의 증상과 병의 바탕이 되는 삶의 이야기는 논리정연하지 않다. 때론 한참을 이야기하다 "제 몸이 종합병원이지요?"라며 웃는 환자도 있다. 게다가 모든 인간이 그렇듯, 자기변명과 자기방어라는 기제가 작동해, 어떤 이야기는 숨겨기고 다른 이야기는 과장되게 표현되기도 한다. 이야기를 다 기록하면 진료차트는 한 편의 단편소설이 될지도 모른다. 한의학은 인체를 소우주라고 표현하는데, 때로는 환자의 이야기가 정말 혼돈으로 가득한 우주와 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Pexels님의 이미지
의학은 이렇게 잘 알 수 없는 인간의 몸과 감정과 정신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기준을 갖고 들여다봐야, 무엇이 정상이고 어디에 이상이 생겼는지, 왜 그렇게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알 수 있고, 판단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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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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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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