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아에오(3)] 임상시험, 뜻밖의 행운

케이크여왕
케이크여왕 · 평범함을 꿈꾸는 엄마
2024/03/19
대학병원 첫 진료에서 자폐 검사를 바로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문제는 그 검사도 일 년 반 뒤에나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정말 막막했다. 선생님을 만나기까지도 한참 걸렸는데 모든 검사를 한참 더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니, 대학병원의 쓴맛을 처음 봐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일 년 반 동안 희망 고문을 가지면서 버텨야 하나 정말 암담했다. 마냥 기다리기 답답하니 뭐라도 하고 싶은 심정인 거 안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때 추천해주신 것이 두 가지 임상시험이었다. 하나는 엘세린이라는 것을 먹는 것인데 아직 약을 먹는 아이 중에 몸에 부작용이 있는 사례는 없다고 하셨고 또 하나는 장내 유산균 시험인데 온 가족의 대변을 받아서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다. 냉큼 하겠다고 하고 시험 참가에 관한 연구원들의 설명을 전화로 들으며 집으로 갔다.

임상시험도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검사를 받고 적합한 시험대상인지 확정이 돼야 가능했다. 임상시험을 위해 혼자 병원을 찾아서 인터뷰를 한 번 했고 그 뒤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 검사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험은 체중에도 제약이 있고 복용 중인 약도 없으며 다른 신체적 질환도 없어야 가능했다. 또, 시험 기간 중 열한 번 병원을 방문해야 해서 개인 일정을 조정하느냐 애를 많이 먹었다. 우리 아이가 약을 먹기 시작했는지 위약을 먹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기간도 있었다. 아이는 시험이 시작되고 약을 먹자마자 좋아지기 시작해져서 위약은 아닐거 같다는 생각으로 그저 꾸준히 먹였다. 엘세린을 복용하는 것은 아이가 잘 받아들여서 어렵지 않았으나 감기에 걸렸을 때도 약 성분을 묻고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거나 평소에 먹던 유산균 등도 모두 먹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루는 아이가 아파서 감기약을 처방받아왔는데 연구원에게 물어보니 먹으면 안 되는 약이라고 해서 안타까웠던 적이 있다. 마지막 즈음에 엘세린을 중단하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는 생각에 초조함이 몰려오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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