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함을 풀어주는 고추

김형찬
2024/08/18
이전부터 늘 느껴온 것이지만, 제가 윗동네라고 부르는 서울이나 경기도 지방의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때면 뭔가 허전합니다. 친구들이 맛있는 집이라고 데려가 주거나, 방송에도 나왔던 유명한 집들도 가서 먹어보면, 먹을 만은 하지만 맛있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전주 음식에 익숙해진 제 입맛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장으로 맛을 내는 전라도 음식에 익숙하고 어려서부터 그것이 맛있다고 생각해온 저에게 윗동네 음식은 왠지 싱겁고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최순우 님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보면, 이전 우리네 식초병에 대한 짧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조그만 옹기병에 술을 담아, 솔잎으로 대충 입구를 막고 따뜻한 부뚜막에 두면 초가 되는데, 그 주위에는 늘 초파리가 윙윙거리며 날아다녔다고 합니다. 초를 따라 마시고 술을 채워두면 다시 만들어지는데, 그 초맛이 집집마다 다 달랐다고 하지요. 흔히 음식 맛은 장맛이라고 하는데, 된장이나 고추장 그리고 간장의 맛도 이야기 속 식초처럼 맛이 모두 다르고, 그 다른 맛이 장으로 맛을 내는 우리 음식에서는 그 집안의 음식 맛을 결정짓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장맛의 비결이 바로 장을 담그는 사람의 손에 있는 여러 가지 균의 종류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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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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