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에 머물러 있는 정권… 지금 전쟁 나면 학살 일어날 것” [죽음에서 태어난 말[言]들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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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0
그의 얼굴을 보면 제일 먼저 딱 떠오르는 두 글자가 있다. ‘고집’.

혼자 카메라를 들고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닌 지 20여 년
. 그 세월을 버티게 해준 집념과 의지, 혹은 오기와 끈기 같은 것들이 그의 눈빛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워커에 청바지, 그리고 검은 티셔츠. ‘전투복’마저 고집스럽게 한결같은 이 사람, 구자환(55) 다큐 감독이다.

<레드 툼>(2013), <해원>(2017). <태안>(2020). 그가 만든 세 편의 다큐 영화에는 그의 20년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사회가 지워버리려 했던 ‘민간인 학살’의 진실이 담겨 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수는 최대 100만 명까지 추산된다. 그야말로 ‘온 국토가 무덤’이었다. 당시 인구가 약 2000만 명이었으니, 학살은 내 가족, 내 이웃의 현실이었다. 지방좌익과 우익의 보복 학살도 자행됐지만, 많은 경우 남한의 군경, 우익단체, 미군의 폭격에 의해 학살을 당했다. ‘이념’이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재판도 없이 죽이고 죽었다.

‘빨갱이’라서 죽은 사람도 있었고, 죽고 나서 ‘빨갱이’가 된 사람도 있었다. 의심을 품는 사람 역시 ‘빨갱이’가 됐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었고, 산 사람은 말을 잃었다. 학살이란 진실은 의혹이나 소문으로 떠돌았다. 이 사회에서 ‘역사’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지난 8월 24일 레드무비 구자환 감독을 만났다. 경남 창원시 상남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 ⓒ셜록
과거의 구자환 감독 역시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에 대해 잘 몰랐다. 경남 지역에서 민중의소리 기자로 일하던 2000년대 초반까지도 그랬다. 그러던 중 2004년 취재 때문에 방문한 한 현장에서 그는 큰 충격을 받는다. 그곳은 마산 여양리,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현장이었다.

“너무 분한 거야, 억울하고. 속고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나이가 그때 30대 중반이었어요. 자유, 민주, 평등을 부르짖는 이 나라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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