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구경하는 사회를 넘어서 - <고통 구경하는 사회>

서리
서리 · 읽고 쓰기를 계속하고 싶은 사람
2024/05/11
책은 10.29 참사로부터 시작한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의 한 거리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시작된 직후부터 인터넷에서 사고 현장을 찍은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그 사실을 나중에 지인으로부터 전해 듣고 서둘러 인터넷 뉴스를 둘러보았다. 기사를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의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의 지인은 평소처럼 SNS를 하다가 추천 영상에 사고 현장을 찍은 동영상이 우연히 떴다고 했다. 낯선 장면에 호기심이 생겨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 동영상 속 사람들이 처절한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이 구역질이 날 정도로 끔찍해서 황급히 동영상을 넘겼다고 했다.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다. 광장에서. 누구에게나 공개된 장소에서. 그 옆에는 누군가가 있다. 죽음과 무관한 누군가. 태연하게 카메라로 이 모든 죽음을 구경하는 누군가가 있다. 죽어가는 누군가의 옆에서 태연하게 카메라로 그것을 응시하는 누군가가 있다. 가장 불편하고 역겨웠던 사실은 바로 이것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을 구경하고 전시하는 사람들. 다른 이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도와주기보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카메라가 찍은 사진과 동영상은 그것을 보는 사람까지 카메라의 시선을 간접 체험하게 한다.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고통을 구경하는 시선을 체험하게 된다. 스펙터클한 고통,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만큼 충격적으로 참혹한 고통을 그저 자극적인 콘텐츠로, 그에 따라올 조회 수로, ‘좋아요’로, 리트윗으로 소비해 버린다.

그러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돕기는커녕 그들의 죽음을 촬영한 이들을 비난하는 일은 쉽다. 이 책의 저자이자 기자이기도 한 김인정은 이런 현상의 아래에 있는 언론의 문제,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세심하게 짚어낸다. 대부분의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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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웁니다. 책과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부글거리는 생각들을 오래오래 들여다보며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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