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가을 맛, 홍시

김형찬
2024/09/04
 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우리 집에는 작은 산이 하나 있었습니다. 영신이 아저씨가 사는 국촌리에서 한동안 들어가 있는 산의 일부 경사면이 우리 것이었는데, 거기에 감나무를 100여 그루 넘게 심었습니다. 집과 좀 떨어져 있어서 자주는 아니었지만, 철따라 일하러 갈 때면 밥과 물 그리고 쌈장만 가지고 가서는 취나물이며 여러 가지 나물을 뜯어다가 차게 식은 밥을 싸서 먹으면 정말 달고 맛있었지요.
감이 많이 열린 해는 감장사에게 팔기도 했지만, 대개는 그렇게 많은 감이 열리지는 않았습니다. 가을이 되면 식구들끼리 감을 따러 갔는데, 홍시가 달기로는 수수감을 따라갈 감이 없었습니다. 다만 저장성이 떨어져서 오래 두고 먹을 수는 없지만, 수수감 몇 접을 잘 따서는 옥상과 옆집 담벼락 사이에 기둥을 걸고는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들고, 감 껍질은 말려 두었다가 겨울 내내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찬바람이 불고 하얗게 분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조금 말라서 꼬독꼬독해진 감을 부모님 몰래 따먹으면 얼마나 달고 맛있었는지….
허청에 놔두고 겨울이 되어 홍시로 먹는 감은 대봉시였습니다. 말 그대로 크기가 참 큰 감이었는데, 겨울에 하나씩 꺼내 먹으면 무척 달고 시원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는 씨앗을 싸고 있는 부분인데 다른 감과는 달리 그 부분이 두껍고 씹히는 맛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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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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