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5
제주로 이주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가장 강력히 반대한 건 시아버지였다. 시아버지는 당장 호적에서 이름을 파버리겠다며 남편을 뜯어 말리셨다. 그럼에도 우리는 제주로의 이주를 결정했다. 그 당시 남편과 나는 제주로 가야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주를 결정하고 각종 준비를 하며 세 계절을 흘려보낸 뒤, 우리는 제주에 정착했다. 2013년 가을이었다.
다음 해 봄, 시부모님이 제주로 오셨다. 시아버지는 폐소공포증으로 배나 비행기를 타지 못하신다. 제주에 오기 위해 몇 달간 약을 드셔야 했다. 신기하게도 약을 꾸준히 드신 뒤여서인지 시아버지는 흔쾌히 비행기에 몸을 실으셨고, 그렇게 제주로 오셨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우리가 새로 마련한 집과 가게를, 그리고 관광지 몇 곳을 둘러보셨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시던 날이 그러니까 2014년 4월 16일이었다.
시아버지는 아침에 나갈 준비를 하시면서, 자연스럽게 TV 리모컨을 찾으셨다. 나는 주방과 거실을 오가며 곧 공항으로 향할 시부모님을 챙기고 있었다. 그때 TV에 속보가 떴다. 망망대해에 가라앉고 있는 한 척의 배가 보였다. 세월호였다. 인천에서 제주로 오던 한 척의 배가 그렇게 가라앉고 있었다. 오보와 속보가 이어지고 우리 가족은 실시간으로 대형참사를 목격하고야 말았다.
당장 나는 시아버지가 걱정됐다. 제주에 오시는 것도 힘들었는데, 대형참사가 벌어진 날 비행기를 타셔야 한다니. 행여나 비행기를 취소해야 할까봐 걱정이 됐다. 다행히 시아버지는 약의 힘으로 비행기 타는 내내 답답함을 느끼지 않으셨고 그렇게 집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