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시작
2022/03/15
호기롭게 시작이라는 제목을 붙여보았다.
퇴사, 회사와의 이별을 위한 시작을 알리는 글이고 싶었다.
제목을 타이핑 하고 몇 시간의 진로 탐색 시간을 가진 후, 지금 나의 자신감은 100%에서 한 15% 정도로 떨어진 듯 하다.
휴대전화도 15% 밑으로 떨어지면 삐빅거리면서 충전하라고 하는데, 내 잃어버린 자신감은 어디서 충전해야할까?
관심이 있는 업종이 몇 가지 있었는데, 이게 차라리 암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르는게 나을지경이다.
다들 서로 박봉이라고, 과업이라고, 이 길로 오지말라고 어찌나 난리인지.
삼십대 중반의 나이에 새로운 직업을, 그것도 꽤나 맘에 드는 직업을 구하는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란 걸 알았다면..
이십대의 나는 더 치열하게 살았을까?
사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작년까진 그럭저럭이였다.
높은 연봉은 아니였지만 평균이상이긴했고, 내가 사는 도시에서 이 직무로 이 나이에는 또 다시 구하기 어려운 자리라는 생각은 든다.
그리고 사실 작년 중반까지는 워라밸도 보장되는 회사였다. 이른바 칼퇴러가 나였다.
직원들과의 사이도 막 친한건 아니지만 동료애도 있었고, 비지니스 관계로는 완벽했다.
하지만 큰 단점은 대표의 오너십이 영 꽝이라는 것과 비전없는 회사의 미래, 근무하는 방식이 체계없고 매우 소모적인 환경이란 것.
그리고 작년 하반기부터는 그 워라밸이 완전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회사의 덩치는 커졌지만 중간관리자는 없고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아는 사람의 눈에는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모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