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폭력의 답답함

유형우
유형우 · 청소년지도사입니다.
2024/03/27
 “청소년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가 났데요”
  그 날 처음으로 사고소식을 들은 것은 어느 회의자리에서였다. 
  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 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다가 바다에서 사고가 났으나 학생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참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며 난 다른 어떤 평범한 날처럼 하루 종일 가만히 내 일에만 몰두하였다.
아마 다른 이들도 나의 하루와 다르지 않았으리라. 그렇게 그 날의 비극은 시작되었다.
“가만히 있어라” 
 2014년 4월 16일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하여 선장 및 선원들이 부푼 꿈을 안고 즐거운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나선 세월호에 탑승한 청소년들에게 외친 소리다. 
  그들은 물이 차올라 죽는 순간까지 어른들이 이야기 한 대로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분명 구조되리라 굳게 믿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소리는 이 사건에서만이 아니라 그동안 대한민국의 기성세대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순응해라”, 그러면 평생 행복할 수 있다. 
“그런 것은 대학가서 해도 늦지 않아.”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해” 
항상 현재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삶. 우리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말을 수없이 들으며 살아왔다.  
어떤 이들은 아이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모두 바깥으로 뛰쳐 나왔어야지 살 수 있었다고 푸념섞인 이야기를 한다. 
 나의 머릿속엔 16년여전에 일어났던 사고가 떠올랐다.  
1999년 6월, 화성에서의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고, 10월에는 인천 호프집 화재 사건으로 많은 아이들이 희생되었다.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은 콘크리트 1층 건물 위에 52개의 컨테이너를 얹어 2~3층 객실을 만든 임시건물로, 청소년수련원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고 여러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구조물로서 항상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은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인천호프집화재사고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사회학과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청소년지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폭력예방,미디어,청소년 인권과 참여,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호모루덴스의 삶을 추구합니다.
9
팔로워 8
팔로잉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