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이비가 아닌가
2023/03/12
우리는 사이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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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연출할 때 ‘인간의 바닥’을 짚었다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고 ‘최악의 인간’ 랭킹을 여러 번 수정하면서 세상에 이런 놈도 있구나 장탄식한 적이 숱하지만 가장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아이템으로는 언젠가 마주했던 사이비 교회 한 곳를을 들 수 밖에 없다. 아마 요즘처럼 방송 심의 구애받지 않는 넷플릭스같은 플랫폼이 있었더라면, 거기에 바로 올려 버리고 국제 호러 영화제 같은 데 출품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강도가 셌던 아이템이었다. 그 아이템을 연출한 건 아니다. 즉 직접 그 엽기적인 공포를 체험한 건 아니었으되 동료 PD의 편집과 결과물을 어깨 너머로만 훔쳐 보면서도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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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교회가 뭔가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예배를 본 다음 교인들의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든다거나 심지어는 피를 철철 흘리며 나오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대관절 교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제작진은 그 교회에서 나온 모녀 가족의 뒤를 밟았다. 다세대 주택 5층에 사는 그녀들의 집을 들어갈 수는 없지만 그 집에서도 기괴한 소리가 들려나왔다. 퍽 퍽. 윽. 윽. 사람 때리는 소리와 새어나오는 신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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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교회는 새 신자를 받는 교회가 아니었다. 예배도 평일 저녁에 열 댓 명 신도끼리만 문 잠그고 드렸다. 도무지 접근할 수가 없었다.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고, 심증은 유력을 넘어 확신에 가까웠지만 물증은 없었고, 신도들에게 슬쩍 접근해 봤지만 모든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경찰에 알려 공동 작업을 해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경찰은 피해자의 고발이나 물증이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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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담당 PD가 팀장에게 일신을 건 제안을 해 왔다. “예배 없는 시간에는 교회가 열려 있으니 그곳에 카메라를 달아보겠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형사처벌도 감수하겠습니다.” 제작진 대부분은 반대했다. 심증...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북 쪽에는 김씨 왕조 신앙으로 세운 국가도 있고,
서 쪽에는 공산당이 신앙인 국가도 있고,
우린 돈이 신앙인 동쪽 국가를 닮아가려 하고...
정작 본인들은 전혀 모르는거 같은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