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AI의 공존은 가능할깍 - 김영하, 『작별인사』
인간과 AI의 공존은 가능할깍 - 김영하, 『작별인사』
2001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에서 인간과 로봇을 구분하는 기준은 유기물을 먹을 수 있느냐다. 인간과 거의 유사한 로봇 데이빗이 스윈튼 가족의 친아들 마틴을 질투하여 마틴과 똑같이 녹색 샐러드를 먹었다가 오류를 일으키는 그 장면은 인간과 로봇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순간이다.
A.I.를 연구하는 미래 과학자들에게 사람들이 자주 묻는 것은 영화 《터미네이터》와 같이 인간과 기계가 전쟁을 하는 순간이 과연 올까요, 고도로 발달한 A.I.가 인간을 공격하지 않을까요와 같은 질문이다. 여기에대해 뇌과학자 정재승은 “A.I.가 지구를 지배하고 인간을 공격하려면 지구를 지배하겠다는 ‘의지(또는 욕망)’를 입력해야하는데, 기계에게 그 감정을 입력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미래는 오지 않는다고 2017년 알쓸신잡 시리즈1의 2화에서 말한 바 있다. (물론 이 견해는 많은 A.I. 연구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마는.)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면, 미래의 어느 시점, 사람들을 위해 ‘사랑’ 이라는 감정이 입력된 로봇이 만들어진다. 영어판 포스터에는 “His love is real. But he is not.” 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고 한국어판 영화관 팜플렛에는 “당신을 사랑하는 로봇, 데이빗” 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문제는 이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사랑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사랑이 입력된 데이빗에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감정이 질투와 ‘사랑을 받고 싶다’는 욕망이다. 당신을 사랑하는 존재로 설계된 로봇이 그 사랑을 ‘나(즉, 자아)’도 받고 싶다는 욕망과 의지가 생기는 순간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야기의 이 시점에서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가 했던 질문이 떠오른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이 없이도 살 수 있나요?”(에밀 아자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