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의 지속과 남성성의 대물림 - <녹천에는 똥이 많다> 깊이 읽기(3)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3/20
이창동, <녹천에는 똥이 많다>
준식과 민우의 대립적인 모습에서는 그들의 부모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다. 사실 준식과 민우는 부모의 속성을 대물림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상당한 미남인 준식의 아버지는 전직 교사였으며 남들이 다 알아주는 지성인이었다. 반면, 그의 어머니는 남성적인 외모에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일자무식이었다. 아버지는 불륜을 통해 얻은 아들 ‘민우’를 당당하게 집에 들였으며, 일은 하지 않은 채 손님을 맞이해 자신의 삶을 즐기기만 했다. 반면, 어머니는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억척스럽게 돈을 벌었다. 

이를 통해 민우는 아버지의 속성을 준식은 어머니의 속성을 물려받았음을 알 수 있다. 민우는 아버지와 같이 명문대 출신의 지식인이며 당당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지만, 준식은 어머니처럼 억척스럽게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고, 힘든 것도 참아온 끝에 평범한 자리에 앉아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외모적인 부분에서도 민우는 아버지를 준식은 어머니의 속성을 전이 받았음을 소설 속에서는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쟤는 아버지를 닮았어” 그는 가슴속에서부터 은근히 치밀어오르는 불쾌감을 억누르며 대꾸했다.
“나는 우리 엄마를 닮았고.” 

준식이 민우보다 나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준식의 어머니는 남자처럼 광대뼈가 나온 넓적한 얼굴에다 코는 뭉툭했고, 지독한 안짱발이어서 (그 모든 신체적 특징들을 그녀는 고스란히 그에게 물려준 셈이었다) 한마디로 여성다운 섬세함이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거기에 비하면 그의 아버지는 지금 생각해봐도 상당히 미남이었고,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짚어볼 점은 민우에게도 어머니의 영향이 있었고 준식에게도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민우는 억척스러운 어머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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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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