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유발 사회
2023/06/29
* 예전에 썼던 글을 바탕으로 새롭게 썼습니다.
2019년 3월, 나는 글쓰기 프로그램 멤버들에게 정기적으로 보내는 글에서 이런 이야기로 시작했었다.
나는 요즘 일을 하면서 의욕이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해야 함을 알지만 바로 시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낮부터 시작해 새벽쯤에 끝나는 장사고, 다른 곳보다 잘 되는 직장인데 내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다고 할까? 밀려오는 주문에 목소리는 힘든 구석을 숨기지 못한 채 커지고, 쉽게 지칠 때도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요즘 쓰는 글을 보면 알겠지만, 내용이 거의 용두사미다. 찾아든 자료를 생각에 맞춰 조립해서 써도, 결론이 탁상공론이거나 누구나 할 법한 말이니 사람들이 제대로 읽어줄까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심지로 초고를 써놓고 미뤄두다 보내는 날을 사흘 정도 앞두고 벼락치기로 옮길 때도 있다. 나의 평소 습관이라 느끼며 고쳐보는 중인데 전혀 발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니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적절히 인용하면서 어떻게든 해결해보겠다는 식으로 마무리 지었다.
문명사회에서 어떤 직업을 갖든 피할 수 없지만, 여유와 소통으로 극복할 수 있다. 남시언 작가님도 ‘글을 쓰니 조금 나아진다’고 하셨는데, 마음먹기에 따라 늦게 올 수도, 아예 안 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사회는 개개인의 업무 부담에 관심을 두고, 정신상태가 약하다며 꾸짖지 말고, 다독여주거나 휴식을 즐기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4년 3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나는 일과 글을 병행하며 수많은 고민과 주변에서 주는 압박을 받는 중이다. 쉬어야 할 날이 적은데 같이 일하는 사람의 사정을 맞추느라 돈을 더 받고 일할 때가 있었고, 가끔 생각대로 글이 안 써지는가 하면, 전날에 꽂힌 뭔가를 생각하느라 주변 사람들의 말을 못 듣기도 했다. 다들 나한테 왜 그러냐며 묻고 꾸짖지만 내 사정...
글쓰기 프로그램 '꿈꾸는 만년필' 5기 / 시집 '마음을 쓰다' 저자
비수도권에 거주하며 지역사회, 장애, 미디어 등에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