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두부 2024년 1월호 <콧물과의 전쟁>

이유경
이유경 · <서른아홉 생의 맛> 저자, n잡러
2024/05/21
 겨울. 울산 살아서 눈은 모르겠고, 바야흐로 감기의 계절이다. 봄만큼 힘든 비염인들의 고난주간이기도 하다. 전 국민이 기침을 오랫동안 했다는 소문만큼 나도 겨우내 밤낮으로 기침을 해댔다. 독감예방접종을 맞아 대표 독감은 피했지만, 또 다른 지독한 감기를 만난 것이다. 몇 주 약을 먹었다. 가습기도 틀고, 코세척기도 하고 물도 많이 마시고 비타민c도 대용량으로 섭취했다. 감기 증상은 없는데 계속 코가 아팠다. (좀 더러운 얘기 시작, 비위가 약한 분들은 스킵하셔도 좋습니다.) 마치 원하지 않는 무한리필 밥집처럼 무한대로 콧속에서 콧물이 생성이 되었다. 내 몸 수분의 상당한 양이 콧물이 되는 걸 느끼며 전에 없던 위기감을 느꼈다. 동네 이비인후과를 갔지만 너무 많은 환자를 만나 영혼이 반쯤 나가 있는 의사는 기계처럼 코, 입을 힘없이 점검 후에 똑같은 약만 처방해 주었다. 1시간 기다린 결과 치고는 허무했다. 증상에 따라 항생제도 조금씩 다를 텐데. 병원이란, 참. 

 전문가의 양약과 한약, 환자의 노력과 의지에도 낫지 않는 이 증상들에 수상함을 감지했다. 감기 증상은 없어졌는데 무한콧물은 내 얼굴에 남아 있었다. 아침마다 코세척기로 뽑아내는 묵직한 액체들에 대한 탐구심이 커져갔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액체 괴물 같은 걸 뽑아버리는 쾌감은 잠시. ‘너희는 왜 있으며, 어디서 왔는가.’ 유아기적 딸들과 <EBS호기심 딱지> 열심히 볼 걸, 하는 후회와 함께 고민은 깊어졌다. 얼굴 중 비어있는 공간은 부비동이다. ‘그럼 이거 혹시 축농증인가?? 부비동염인가?’ 울산에서 가장 큰 이비인후과를 부러 찾아갔다. 방사능 피폭량 염려로 CT 찍기 싫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비어있어야 할 공간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콧물로 가득 차 있었다. 축농증이라 하였고, 오늘까지 3주째 약을 먹고 있다. 주마다 점검하며 차도가 없으면 항생제 종류를 바꿔가며 먹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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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생의 맛> 저자. 겹쌍둥이 네 아이를 키우며 생존을 위한 읽기와 쓰기, 멍때리기를 반복. 쉽고 좋은 글을 써서 조금 웃기고픈 욕망이 있는 수줍은 사람. 청소년 소설, 동화도 쓰는 중. - <여자의 가슴> 2018년 울산신인문학상 등단 - 2019년 <서른아홉 생의 맛> 출간 - 어린이 단편 동화<꾸벅꾸벅 할머니와 깜박깜박 가로등>으로 동서문학상 맥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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