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2024/01/23
얼마 전, 혼잡한 지하철 역에서 "나는 이럴 때면 사람들을 다 쓸어버리고 싶어요."라는 말소리를 들었다. 살짝 웃으며 가볍게 꺼낸 말 뒤에 숨겨진 분노와 증오를 느꼈다. 그 웃음에는 군중 속에 본인도 존재한다는 자조도 섞여있는 듯했다. 순간적으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정확히 똑같은 생각을 하던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 다 없애버리고 싶다고. 지친 마음에 검열 없이 떠올리던 생각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들으니 생소했다. 저렇게 혐오감이 짙은 문장이었나. 나도 없애버리고 싶은 사람들 중 한 명이었나. 타자화하던 대상이 내가 되는 순간이었다.

배척이 만연한 사회다. 고함과 짜증이 잦은 지하철은 매일 하루 두 번 이상 마주하고, 소위 말하는 인류애 잃는 순간들은 쉴새없이 등장한다. 정치와 지역과 성별... 우리는 모든 주제에서 둘로 나뉘어 열심히 싸운다. 어디서나 갑을로 나눠진 위계에 자신의 이득만 취하려 서로를 혐오한다. 비난과 비하와 비소가 가득하다. 심지어, 지구 곳곳에서 전쟁 중이다. 우린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일까.

다정을 탐구하면 필연적으로 폭력도 탐구할 수밖에 없다. 진화론적으로 다정해야 할 개체가 왜 폭력적인 성향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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