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연습

수미
2024/04/04

   
 비 그친 다음 날, 길거리는 낙엽 쓸기가 한창이다. 젖은 낙엽은 바닥에 납작하게 달라붙어 쓸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길게 펼쳐진 가로수 길의 바닥이 온통 노랗고, 붉다. 도로를 쓸다 마땅히 쉴 데가 없으니 포대를 깔고 앉아 쉬는 야외 청소 노동자를 보면서 한 사람을 떠올렸다.
시어머니는 아파트 계단에 붙은 껌을 떼고, 재활용품을 정리하고, 오가는 길을 긴 빗자루로 쓰는 아파트 청소 노동자다. 지난봄에 함께 창원대 캠퍼스를 산책한 적이 있다. 유아차를 밀며 호숫가를 산책하는데 바람이 불었다. 꽃잎이 휘날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봄에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아름다움에 작게 탄성을 터뜨렸는데 옆에선 한숨이 터졌다. "아이고, 벚꽃 지긋지긋하다."

 어머니에게 꽃잎은 쓸기 어려운 애물단지였다. 꽃잎은 너무 가벼워서 쓸기도 어렵고, 포대에 잘 담아지지도 않았다.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잠시, 노동은 벚꽃이 피고 지는 동안 쭉 이어졌을 것이다. 만발한 벚꽃보다 떨어지는 벚꽃의 풍경을 좋아하는 나는 어머니의 '징글징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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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큰 소리로 웃는 여자. 에세이 <애매한 재능>,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저자. 창원에 살며 <우울한 여자들의 살롱>이라는 모임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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