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딱서니 없는 관계의 친절한 판타지
2023/08/14
내가 생각하는 :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은 << 불편 >> 이다. 영화 만듦새가 아무리 형편없다 해도 그 영화의 어떤 장면(혹은 영화 전체)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 영화는 최소한 나쁜 영화'는 아니다. 여기서 < 불편 > 과 < 불쾌 > 를 혼동하면 안 된다. 다시 말해서 < 불편한 영화 > 와 < 불쾌한 영화 > 를 구분해야 된다는 소리'이다. 영화 << 콘크리트 유토피아 >> 는 불편한 영화다. 만약에 내가 황궁 아파트 입주민이었다면 ?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새 " 이 영화. 불편하다. 불편해." 이상과 실천의 엇박자가 만든 삑사리인 셈이다.
그래서 불편한 영화를 보고 나면 곰곰 생각하게 된다. 왜 이 영화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 궁금증이 생기면 일단 사전을 찾아서 그 단어의 한자를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있다. 불편 不便'에서 한자 < 便 > 은 편하다는 뜻과 함께 아첨하다는 의미를 가진다. 듣기 편한 말은 거개가 아첨이라는 점에서 便 : 편할 편과 諂 : 아첨할 첨'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한자 諂 은 言 + 臽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서 臽 은 함정, 구덩이'라는 뜻이다. 즉,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뿐인 말이 아첨이다). 다시 말해서 << 불편한 감정 >> 은 아첨하지 않은 결과'인 것이다.
거짓말은 불편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편(便)의 영역에 가깝다. 이 말을 뒤집으면 便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