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박하
박하 인증된 계정 · 배낭여행자
2023/06/27

지하철은 이미 만원이었다. 휠체어 한 대가 들어왔고 이미 발 디딜 틈 없는 곳에 어찌저찌 자리를 만들어 전동 휠체어를 안착시켰다. 짓눌린 사람 하나가 외친다. “정상인들 출근하는 데 방해되는데 꼭 씨발..” 휠체어에 앉은 남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저도 출근 중입니다.” 바로 어제 일어난 일이다.

나는 몇 가지 의문이 따라붙었다. 첫째로, 아직 본인을 ‘정상인’이라 칭하는 비장애인이 있는가. 적어도 이런 방식은 비정상에 가까운 듯 하지만. 둘째로, 출근은 그가 지칭한 ‘정상인’만 하는가. 장애인은 출근해서는 안 되는 부류인건가? 셋째로, 그렇다면 장애인의 출근 방식이 대중교통이어선 안 되는가. 무지막지한 승객들의 자리를 침범하는 덩치니까? 마지막으로, 러시아워의 대중교통은 ‘출퇴근자’만이 이용할 수 있는가. 마지막 의문점에서 앞의 모든 의문은 해체되고 어떤 이유로라도 합리화될 수 없었다. 나도 직장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장애의 인식이 개선된 것 같진 않다. 장애인 전용 택시는 로또만큼이나 잡히지 않는다고 봐야하고, 여전히 대중교통은 장애인의 편의를 봐 주지 않는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 해당자에게 그렇다. 폭 좁은 교통만을 근거로 했지만,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장애를 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다. 그걸 철저히 숨길 줄 알게 되었을 뿐인 듯 하다. 이 비참한 사고방식이 그저 사회를 부정적으로만 살피는 편견일까? 내겐 장애를 앓았던 친동생이 있다.

몽골, 달란자드가드. (2022)


외국이라고 다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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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느 곳에도 주소지가 없습니다.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워크 앤 프리>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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