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취업한 고교생, 1년 만에 간이 녹았다[열아홉, 간이 녹았다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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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크리스마스 캐럴 대신 아우성이 울려 퍼지는 병원 응급실. 그 틈에 이제 겨우 스무 살이 된 김선우(가명) 씨가 있었다. 그는 엄마 이하영(가명) 씨에게 몸을 지탱한 채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리고 있었다.

“당장 간 이식하지 않으면 아드님 죽을 수도 있어요.”

졸음이 쏟아지는 순간에도 날카로운 의사의 목소리가 귓가에 꽂혔다.

“몸이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2021년) 10월쯤이에요. 그때 부딪힌 적도 없는데 몸에 멍이 들기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제 성격이 워낙 덜렁대니까 그냥 어디 부딪혔겠지, 하고 넘어갔죠.”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 김선우(가명) 씨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셜록
선우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20년 10월, 반도체 후공정 업체 ‘스태츠칩팩코리아’에 입사했다. 집은 울산, 회사는 인천에 있었다. 그는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화학물질 가득한 작업장. 3교대 근무. 열아홉 고등학생 선우 씨는 그해 모교의 ‘1호’ 취업생이라는 자부심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건 입사한 지 1년 만인 2021년 10월. 몸에 멍이 들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으면 메스꺼워 구토가 시작된 것도 그때부터다. 먹은 음식을 다 토해도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저 교대근무에 누적된 피로 탓이라고 여겼다.

코피를 쏟는 날도 있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지혈이 안 돼 회사 인근 이비인후과에서 코 혈관을 지졌다.

다음 달에도 코피가 쏟아졌다. 공장 안 화장실에 앉아, 반쯤 남은 두루마리 휴지 한 통을 다 뜯어 썼다. 그래도 코피가 멎지 않았다. 선우 씨를 찾는 파트장의 전화. “코피가 멈추지 않는다”고 대답했지만, 빨리 복귀하라는 말만 돌아왔다.

그렇게 두 시간이나 지났다. 그제야 코피는 간신히 멎었다.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마저 닦아내고 자리로 복귀했다. 잠이 쏟아졌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자고 싶었다.

“선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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