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에 ‘쥐고 있다가 똥된다’는 말이 있다. 제 아무리 좋은 패를 가지고 있어도 적절한 타이밍에 내거나 과감히 버리지 않으면 오히려 패가 꼬이고 결국은 크게 맞거나, 심지어 독박을 뒤짚어 쓰게된다는 말이다.
노동문제를 다루다보면 이 말이 자주 떠오른다. 노동자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이던 것(또는 실제로 유리한 것)이 고스톱에서 순서가 돌아가듯이 시간이 지나고 각 주체들의 상황이 변하면서 ‘무용한’ 것, 또는 ‘계륵’으로 변해버리거나 심지어 ‘독’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연합뉴스
2023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
2023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이다.¹ 그러나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실질’ 최저임금은 주휴수당을 포함하여 1만 1555원이다. ‘실질 최저임금’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한지는 고민이지만 여하튼 시간당 최저임금 9620원에 주40시간을 곱해서 임금을 주면 임금체불이다. 임금의 17%가량을 차지하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당 9620원이 ‘진짜’ 최저임금인 노동자는 주15시간 미만을 일하는 노동자들이라 할 수 있다.
¹ 최저임금은 2022년 6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과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의 고시를 통해 확정되며 다음해 1월1일부터 적용된다.
원래 주휴수당은 시간제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시간제 일자리에서는 시간당 최저임금에 일한 시간을 곱한 것만 임금으로 주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유급주휴(주휴수당)’ 조항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때부터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당시 청년유니온을 비롯한 다양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와 고발이 이어지면서 ‘주휴수당’은 ‘Hot’한 시간제 노동자들의 권리로 떠올랐다. 아르바이트 중개 사이트 TV광고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직접 ‘주휴수당’을 언급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