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는 무수히 많은 종류의 물질이 존재한다.

현대 과학이 이룬 가장 중요한 업적은 이처럼 다양한 물질이 그 종류가 백여개에 불과한 원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물질의 이루는 원자의 배열 구조를 보면 마구잡이로 무질서하게 배열되어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몇개의 원자가 일정한 배열 구조를 가진 단위격자라 부르는 작은 단위체가 있고 이들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형상을 가지고 있다. 원자나 이온, 분자가 일정한 법칙에 따라 배열되어 커다란 물질 덩어리를 이루는 것을 결정(crystal)이라고 한다. 고대로부터 사람들은 모양이 규칙적이고 색이 특이한 돌 조각을 보석 또는 결정이라고 불렀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를 모양에 따라 분류하기 시작했다. 17세기에 이르면 다양한 결정 덩어리를 분류하는 결정학이라는 연구 분야가 태동했지만, 실제로 이들 물질의 내부가 규칙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원자 몇개로 이루어진 작은 덩어리인 단위격자를 차곡차곡 쌓아 아주 크게 만들면 모양이 비슷한 큰 결정 덩어리가 형성된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정육면체 레고 블록을 규칙적으로 여러 개 쌓아 눈에 보이는 커다란 직육면체 덩어리를 만드는 상황과 같다. 가령 실리콘 원자 1몰(6.02 x 10^23개)을 결정 구조에 따라 차곡차곡 쌓으면 한 변이 2.3센티미터인 정육면체 모양의 결정 덩어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 작은 레고 블록이 정육면체나 직육면체, 또는 육각기둥 모양이라면 빈 공간 없이 큰 덩어리를 만들 수 있지만, 오각기둥 모양이라면 블록과 블록 사이에 빈틈이 생긴다. 이처럼 삼차원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