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 노동자는 저출생 해소의 '키'가 될 수 있을까?
70년대 지어진 대형 고급 아파트의 평면도를 보다보면 공통적인 공간이 있다. 평면도 상에서, 주방 옆 작은 회색 공간. 침실로 표현되지 않고 그렇다고 창고로 표현되지도 않는 공간. 바로 식모방이다. ‘식모’의 기억을 다들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최소한 8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나는 식모에 대한 기억이 없다. 기껏해야 잘 사는 친구집에 놀러가면 파트타임으로 집안 일을 도와주는 할머니, 즉 가사도우미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 정도다.
광복 이후 한국 현대사에서 식모가 존재했던 것은 80년대 이전까지로 보인다(물론 기생충에서 나오듯 부유층은 아직도 집에서 거주하는 입주가사도우미를 쓸 수도 있겠으나). 경제성장에 따라 여성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교육수준 역시 높아지면서 내국인 식모, 즉 입주가사도우미는 차츰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80년대 이후 아파트에서는 이러한 ‘식모방’이 나타나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개인과 가족의 프라이버시 등이 중요해진 것도 수요를 줄이게 만든 원인으로 볼 수도 있겠다.
입주가사도우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신 수요와 노동 형태에 따라주요 노동자층은 바뀌었다. 이것은 돌봄의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다. 핵가족화와 노인 1인 가구 등이 증가하면서 간병 같은 노인 돌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장기요양은 정책적으로 공식화되었다. 이 중 간병이나 장기요양에 거주하는 중고령 중국동포들은 높은 소득을 기대하며 노인 가구에 ‘입주’한다. 그들은 '입주'하여 가사일을 돕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돌봄 노동을 수행한다. 즉, 수요가 차이가 있고 주된 노동 형태 역시 바뀌었다(이에 대해선 따로 서술하고자 한다).
이들이 받는 금액은 2021년 기준으로 300만원 정도. 물론 장기요양의 경우 해당 시간 사용에 따른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해주지만, 나머지 비용은 ‘개인 부담’이다. 즉, 적은 돈이 아니다. 아무리 중국동포가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