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렇게 지키자

이승훈
이승훈 인증된 계정 · 서울의대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교수
2024/04/06
우리가 연로하신 부모님께 건강이 걱정되어 건강검진 등을 해드리겠다고 하면, 자식들의 경제 생활을 걱정하시는 부모님들이 흔히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며 거절하시곤 한다. 물론, 속으로는 좋으시면서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실제로 내 몸을 잘 알 수 있을까? 필자가 지난 저서에서 이게 왜 불가능한지 자세히 언급한 바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 몸의 이상을 제대로 알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
 
우리 몸은 여러 장기가 다양한 수준의 자율성(autonomy)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가 의식적으로 특별한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알아서 잘 돌아가게끔 설계되어 있다. 심장이나 내장기능은 우리가 특별히 명령할 일은 없다. 그런 만큼 각 장기의 기능은 마치 지휘관이 따로 있는 것처럼, 장기의 기능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런 경우, 너무 열심히 일하는 시스템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발생되어 사람이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지주막하출혈과 같은 심각한 뇌출혈이 발생했을 때, 우리의 선천면역계는 이를 외부 물질 내지는 외부 침입자라고 판단하고, 출혈된 뇌를 단핵구나 대식세포가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광범위한 뇌수막염이 발생하게 된다. 그 정도가 적절하다면 뇌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지만, 너무 과다한 면역반응으로 인해 뇌가 완전히 망가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그 예다. 선천면역계가 한 개체의 전체 목표를 이해한다면 이런 과잉 반응을 할 수 있었을까? 선천면역계는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를 대단히 열심히 했을 뿐이다. 즉, 우리 몸은 각 장기의 자율성을 몸 전체의 총합적 이득을 위해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은 부족하다는 얘기다.
 
우리가 우리 몸의 이상을 느끼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대개 우리 몸은 어떤 장기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도 그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 이상 여부를 알아챌 방법이 거의 없다. 즉, 통증이 없는 작은 암이 생겼어도 그 장기의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지...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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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의대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전임교수, ㈜세닉스바이오테크 대표이사, (사)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 원장 및 뇌혈관대사이상질환학회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의학자로서 뇌졸중의 기초와 임상에 관한 200여 편의 국외 논문을 발표했으며, 대한신경과학회 향설학술상, 서울대학교 심호섭의학상, 유한의학상 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 3개 부처로부터 각각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심장/뇌졸중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American Stroke Association)의 석학회원이기도 하다. 뇌졸중 전문가들을 위한 6권 교과서인 <뇌졸중 재발견(Stroke Revisited)> 시리즈, 일반인을 위한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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