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초록취향
초록취향 · 생명/환경에 대한 관심과 사랑 💚
2023/03/08
본 글은 2022년 6월 <초록취향> 뉴스레터에 실린 글에 뒷이야기를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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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ㅊㄹㅊㅎ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모든 것들을 돈으로 환산하고 돈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돈만 있으면 못 할 게 없는 세상이니까요. 결혼을 축하해주는 가짜 친구도, 평생을 함께 살아갈 외국인 신부도 돈으로 살 수 있습니다. '비싼 건 다 이유가 있어', '비싼 게 좋은 거지' 돈의 값어치가 낮은 것들은 깎아내리게 됩니다. 돈으로 소유한 것들을 SNS에 전시하며 그것이 나를 말해준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어쩌다 돈을 받지 않고 내어주는 선한 마음에도 물음표를 찍으며 의심을 품게 되지요. '나한테 왜 그러는 거지? 이상한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 돈이 들지 않는 일들을 쓸데없는 일로 치부하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돈 벌어 쓰기도 바쁜데, 그런 데까지 시간과 마음을 쓸 여력이 없다는 핑계를 댔었죠.

돈을 벌려 애 쓸수록 생겨나는 건 돈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병이었습니다. 아프지 않고 살려다 보니, 돈을 많이 벌고 싶지도 않고, 돈을 지불해 소유하려는 마음도 줄어만 갔습니다. 자연스레 이미 주어진 것들을 알아차리게 되었죠. 오래된 골목길을 천천히 걷고, 길가의 초록이들과 동물들에 눈을 맞추고,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노을 진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고. 그렇게 돈이 들지 않는 일들에 마음과 시간을 쓸수록 일상은 풍요로워졌고, 작은 행복도 더 쉽게 찾아왔습니다. 수년 전, 성프란시스코 인문학 대학에서 2년간 활동가로 참여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노숙인들에게 돈 대신 인문학 교육을 제공하며, ‘다시 사람답게 살아보겠다’는 마음을 스스로 뿌리내리도록 돕는 곳이었습니다. 퇴근 후 3~4시간씩, 주 2~3일 노숙인분들과 밥을 먹고 인문학 수업을 들었습니다. 여느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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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일상가드닝' 경험과 실천을 이야기합니다. - 22년 4월~11월 : 시즌1 종료 - 23년 3월~ : 시즌2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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