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운동 기구는 없나요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4/19
노화를 체감하면 건강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게 당연한 이치고, 건강을 유지하려면 운동을 해야 하는데, 맨손으로 하는 것보다는 기구를 써서 하는 게 좀 더 수월하게 느껴지므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운동 기구를 하나씩 사 모은다. 거주 환경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자신이 해야 하는 운동에 도움이 되는 운동 기구가 제법 싼 값에 나온 것을 보면 조금이라도 혹하는 게 현대 한국인의 보편적인 감성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집에도 이런저런 운동 기구가 있고, 있었던 것은 더 많다. 그중에서 가장 부피가 컸던 것은 단연코 트레드밀, 보통 러닝머신이라 부르는 물건이다. 어디서 어떻게 찾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버지가 중고로 구해온 우리집 러닝머신은 상당히 거대한 데다 경사까지 조절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손잡이 부분에 전극까지 달려 있어 심박수를 측정하는 기능도 있었다. 일반 가정용보다는 업소용에 가까웠던 게 아닐까. 아무튼 이 거대한 운동 기구를 층간 소음이 심한 아파트에서 무작정 쓸 수도 없는 노릇이라 소음 방지용 매트를 2중으로 깔고 러닝머신을 그 위에 올리는 것도 모자라서 경사를 조절할 때 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레일까지 마련해 깔아줘야 했으니, 모시기 어려운 운동 기구로는 러닝머신이 제왕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러닝머신이 그렇게 자주 이용되지는 않았다. 영화 따위를 틀어놓고 이용하기에 제법 괜찮은 기구라는 것만은 확실했지만, 아무도 이걸 좋아하진 않았던 것같다. 나는 좀 싫어하는 편에 가까었다. 깨끗한 운동화를 가져와서 신고 올라가는 것도 번거로웠고, 가동에 전기가 들어간다는 사실도 싫었다. 내가 이렇게 에너지를 소모해서 바퀴를 굴리고 또 굴리는데 대체 왜 전기를 소모해야 하느냔 말이다.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보니 러닝 머신에 부착할 만한 발전기도 비쌌고, 심지어 동력이 들어가지 않는 러닝머신조차 매우 비쌌다. 인간이 달리기 적당한 벨트를 인간의 힘만으로 매끄럽게 돌아가게 만드는 것부터 기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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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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