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고르기에 진심이라면서!
2023/11/15
1. 최근 영장류학자 로빈 던바 선생님의 책과 연구에 빠져있다. 다소 집착적이면서도 그로인해 생명력을 얻은 사회적 뇌 가설 분야의 흐름을 좇으며 그저 사실의 나열과는 다른 어떤 매력을 느끼는 듯 하다. 역시 무언가에 대한 열정적인 덕질은 스스로도 남에게도 매력적인 삶의 방식인 것 같다.
2. 던바 선생님의 관찰에 따르면 영장류 중 가장 사회적인 종의 경우 일과 시간의 약 20%를 사회적 활동인 털고르기에 사용한다고 한다. 이 활동이 사회적인 이유는, 털고르기로 형성된 관계가 서로의 안부를 챙기는 정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저 이나 벼룩 같은 흡혈 동물들을 떼어 놓기 위한 행위라기엔 너무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털고르기는 일종의 사회적 화폐라고 볼 수 있다.
3. 던바 선생님의 강력한 주장 중 하나는 털 고르기와 엔도르핀의 작용이다. 털을 고르는 동작에 특화된 촉각 세포가 뇌 안에서 엔도르핀 작용을 활성화 시킨다는 연구에 근거한 주장인데, 이 때 분비되는 엔도르핀이 심리적 안정과 유대감 형성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유대감과 관련해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역할도 잘 알려져 있는데, 털고르기에 의한 엔도르핀 분비 효과의 특징은 상호적이라는 것이다. 즉, 털을 고르는 식으로 본인이 아닌 타인의 엔드로핀 분비를 직접 촉진시킬 수 있다는 건데, 이런 상호적 보상 시스템이 사회적 화폐로써의 털고르기 행위의 배경이 된다는 설명이다.
4. 사람의 경우 털고르기를 대체할 수단을 여럿 발전시켰다고 한다. 웃음, 노래, 춤, 스토리...
2. 던바 선생님의 관찰에 따르면 영장류 중 가장 사회적인 종의 경우 일과 시간의 약 20%를 사회적 활동인 털고르기에 사용한다고 한다. 이 활동이 사회적인 이유는, 털고르기로 형성된 관계가 서로의 안부를 챙기는 정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저 이나 벼룩 같은 흡혈 동물들을 떼어 놓기 위한 행위라기엔 너무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털고르기는 일종의 사회적 화폐라고 볼 수 있다.
3. 던바 선생님의 강력한 주장 중 하나는 털 고르기와 엔도르핀의 작용이다. 털을 고르는 동작에 특화된 촉각 세포가 뇌 안에서 엔도르핀 작용을 활성화 시킨다는 연구에 근거한 주장인데, 이 때 분비되는 엔도르핀이 심리적 안정과 유대감 형성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유대감과 관련해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역할도 잘 알려져 있는데, 털고르기에 의한 엔도르핀 분비 효과의 특징은 상호적이라는 것이다. 즉, 털을 고르는 식으로 본인이 아닌 타인의 엔드로핀 분비를 직접 촉진시킬 수 있다는 건데, 이런 상호적 보상 시스템이 사회적 화폐로써의 털고르기 행위의 배경이 된다는 설명이다.
4. 사람의 경우 털고르기를 대체할 수단을 여럿 발전시켰다고 한다. 웃음, 노래, 춤, 스토리...
@수지 딸과의 털고르기(?)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진 분들이 많으시군요. 누나 머리카락을 가지고 논 기억은 있지만, 털고르기라고 하기엔 좀 과격한 기억인 것 같고..ㅎㅎ 무슨느낌일지 어렴풋이 상상해보면서 따뜻함을 느껴봅니다.
저도 글을 써야 할 때면, 타이핑을 하면서 예열을 하곤 합니다. 또각또각 소리와 감촉과 그리고 써내려가는 글들의 조합이 상당히 만족감이 높아요. 비슷한 취미를 갖고 있네요..! 사실, 이런 행위가 털고르기의 확장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많은 부분을 건너 뛴 망상에 불과하지만.. 썰로만 소비해보자면 꽤 흥미롭지요ㅎㅎ VR 같은 다음 세대의 인터페이스로의 적응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혹시 손으로 만지는 행위가 덜 반영되서 그런건 아닐까 요..!?
최근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서 혼잣말 식으로 떠들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은 더 정제된 스타일로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외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ㅎ 감사합니다!
@몬스 님,, 안녕하세요..
예전에 첫째딸아이가 이를 옮아온적이 있었어요. 그 이가 머리전체를 뒤덮였을 때 베란다 창가에 앉아서 하나하나씩 떼어준적이 있었어요. 그때의 희열감이 떠오릅니다.
딸과의 오붓한 시간과 따뜻한 햇살, 이를 뽑을 때의 느낌이 마치 힐링되는 듯 했었습니다.
키보드를 친다는 것도 내적 안정감을 줘요. 제가 글감이 없을 때는 짧은 산문집을 필사할 때가 있거든요. 필사 내용을 사람들이 많이 읽어주지는 않지만 개중에는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좋아요 한개가 저를 또 신나게 합니다. 나중에 손가락이 무척 아프지만 키보드를 두드리는 동안의 시간과 키보드 소리가 꽤나 저를 편안하게 해주더라구요.
그래서 전 손가락을 움직여서 그런건지,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기대감이 좋은건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는 만족감인건지 헷갈렸는데 몬스님의 글을 읽어보니 제가 그동안 느꼈던 감정이 바로 이래서 그런거였구나 박수를 쳤네요.
몬스님의 글들은 제가 어떨땐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지만 나보다 뭔가를 더 공부하는 분들의 글들을 집중적으로 긴시간 할애하고 있어요. 비록 금방 잊어버리기는 하지만요.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자몽 오오 저도 얼룩소에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이런 것도 털고르기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해 보곤 했어요ㅎㅎ 글을 쓰고 읽는다는 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 시간만큼 생기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아마도 내적 친밀감 내지는 유대감이겠죠?
(저도 머리 쓰다듬고 쓰다듬받는 게 참 좋더라구요!)
@김재경 저도 아직 커스텀 키보드 쪽 까지 넘어가진 못했습니다. 활용도를 따져서 타협한 상황이에요. 덕질이라곤 하지만 그저 유튜브에서 새로 나온 키보드들을 보면서, 언젠가 지금 키보드가 고장나면 저걸 사야겠다 이러고 있는 정도입니다ㅎㅎ 그런데 어떤 키보드를 고민중이신가요?? 저는 요즘에 씽크웨이 토체티 제품을 눈여겨 보고 있어요..ㅎㅎ
( 리뷰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h4l5lY1v1SI )
@적적(笛跡) 키보드는 정말 호불호가 강하더라구요. 예를 들면 지금 키보드에 저는 아주 만족하지만, 아내는 몇 번 두들겨 보더니 이걸 왜 좋아하냐고 하더라구요... 입문용으로 알려진 키보드 중에 하나 골라보시거나, 직접 쳐볼 수 있는 키보드 타건샵을 방문하셔서 이것 저것 두드려 보심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타이핑을 하고 있으면 다가와서 기대주는 모란님이 함께 하는데 비싼 키보드가 무슨 대수입니까 ㅠㅠ
비싼 키보드가 어떤 느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요즘 들어 키보드를 바꿀까 생각했는데 그냥 볼 땐 모르다가 막상 고르려고 하면 저 키보드의 세상은 어떤 것일까 하고 신중해지기도 합니다.
한 손으로 키보드를 쳐야 하므로 손가락 자리들이 제각각이라서..
예효. 내년 생일 선물로 키보드를 예약해둔 터라 5개월은 이 키보드와 함께 해야 합니다.
고양이라고 부르는 모란은 그루밍을 합니다.
그렇게 멀찌감치 떨어져 털 고르기를 하다가 타이핑을 하는 제게로 와서 마우스를 엉덩이로 불편하게 기대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앉아있습니다.
때로 키보드 위쪽에 엎드려 꼬리를 살랑거리는데 그 꼬리 끝으로 타자가 되기도 합니다.
진심 아무렇지도 않게 털을 고르며 꼬리를 흔들고 자판을 꼬리로 튕기는 고양이.고양이라고 부르는 모란은 그루밍을 합니다. 그렇게 멀찌감치 털 고르기를 하다가 타이핑을 하는 제게로 와서 마우스를 엉덩이로 불편하게 기대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앉아있습니다.
하.. 키보드 하나 고민중인데 혹시 여쭤봐도 되나요?? 무선키보드쪽이라 사싈 키보드 덕질범위에 들어갈지는 모르겠사옵니다만
키보드 아직 ^^ 못 고르셨나요? 그러고보니 ㅠ 이삿짐 속에서 제 기계식 키보드를 아직 못 찾았어요. 마우스도 하나 잃어버렸구요. 아직 정리 못한 베란다 짐 속에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참치캔 꾸러미랑 키보드랑 다들 어딜 갔는지.. --; 뒤지다 보면 나오겠지 하면서도 초조하네요. 나름 보물인데. 에구.
오늘은 책장 조립하다가 시간이 가버렸어요. 정리 말고 조립이 더 좋아서요. 요새들 김장철인지, 잘못 배달된 저린 배추가 자꾸 저희 집 앞으로 와요 ㅎㅎ. 김장은 관심없고, 조립에는 진심이거든요. 김치는 사먹자. 요리 귀찮다. 불량 주부에요.
털고르기와 비슷하게, 서로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디지털 털고르기(?)를 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듣고보니.
저번에 쓰신 글과 이어서(전에도 털고르기 관한 글 쓰셔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해봤습니다. 전 아침마다 딸아이 머리 땋아주는게 좋아서요. 머리 빗겨주고 땋아주고. 방울도 달아주고, 삔도 꼽아주고. 이게 털고르기네. 그러구요.
@청자몽 오오 저도 얼룩소에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이런 것도 털고르기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해 보곤 했어요ㅎㅎ 글을 쓰고 읽는다는 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 시간만큼 생기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아마도 내적 친밀감 내지는 유대감이겠죠?
(저도 머리 쓰다듬고 쓰다듬받는 게 참 좋더라구요!)
@김재경 저도 아직 커스텀 키보드 쪽 까지 넘어가진 못했습니다. 활용도를 따져서 타협한 상황이에요. 덕질이라곤 하지만 그저 유튜브에서 새로 나온 키보드들을 보면서, 언젠가 지금 키보드가 고장나면 저걸 사야겠다 이러고 있는 정도입니다ㅎㅎ 그런데 어떤 키보드를 고민중이신가요?? 저는 요즘에 씽크웨이 토체티 제품을 눈여겨 보고 있어요..ㅎㅎ
( 리뷰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h4l5lY1v1SI )
@적적(笛跡) 키보드는 정말 호불호가 강하더라구요. 예를 들면 지금 키보드에 저는 아주 만족하지만, 아내는 몇 번 두들겨 보더니 이걸 왜 좋아하냐고 하더라구요... 입문용으로 알려진 키보드 중에 하나 골라보시거나, 직접 쳐볼 수 있는 키보드 타건샵을 방문하셔서 이것 저것 두드려 보심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타이핑을 하고 있으면 다가와서 기대주는 모란님이 함께 하는데 비싼 키보드가 무슨 대수입니까 ㅠㅠ
@몬스 님,, 안녕하세요..
예전에 첫째딸아이가 이를 옮아온적이 있었어요. 그 이가 머리전체를 뒤덮였을 때 베란다 창가에 앉아서 하나하나씩 떼어준적이 있었어요. 그때의 희열감이 떠오릅니다.
딸과의 오붓한 시간과 따뜻한 햇살, 이를 뽑을 때의 느낌이 마치 힐링되는 듯 했었습니다.
키보드를 친다는 것도 내적 안정감을 줘요. 제가 글감이 없을 때는 짧은 산문집을 필사할 때가 있거든요. 필사 내용을 사람들이 많이 읽어주지는 않지만 개중에는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좋아요 한개가 저를 또 신나게 합니다. 나중에 손가락이 무척 아프지만 키보드를 두드리는 동안의 시간과 키보드 소리가 꽤나 저를 편안하게 해주더라구요.
그래서 전 손가락을 움직여서 그런건지,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기대감이 좋은건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는 만족감인건지 헷갈렸는데 몬스님의 글을 읽어보니 제가 그동안 느꼈던 감정이 바로 이래서 그런거였구나 박수를 쳤네요.
몬스님의 글들은 제가 어떨땐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지만 나보다 뭔가를 더 공부하는 분들의 글들을 집중적으로 긴시간 할애하고 있어요. 비록 금방 잊어버리기는 하지만요.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 키보드 하나 고민중인데 혹시 여쭤봐도 되나요?? 무선키보드쪽이라 사싈 키보드 덕질범위에 들어갈지는 모르겠사옵니다만
키보드 아직 ^^ 못 고르셨나요? 그러고보니 ㅠ 이삿짐 속에서 제 기계식 키보드를 아직 못 찾았어요. 마우스도 하나 잃어버렸구요. 아직 정리 못한 베란다 짐 속에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참치캔 꾸러미랑 키보드랑 다들 어딜 갔는지.. --; 뒤지다 보면 나오겠지 하면서도 초조하네요. 나름 보물인데. 에구.
오늘은 책장 조립하다가 시간이 가버렸어요. 정리 말고 조립이 더 좋아서요. 요새들 김장철인지, 잘못 배달된 저린 배추가 자꾸 저희 집 앞으로 와요 ㅎㅎ. 김장은 관심없고, 조립에는 진심이거든요. 김치는 사먹자. 요리 귀찮다. 불량 주부에요.
털고르기와 비슷하게, 서로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디지털 털고르기(?)를 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듣고보니.
저번에 쓰신 글과 이어서(전에도 털고르기 관한 글 쓰셔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해봤습니다. 전 아침마다 딸아이 머리 땋아주는게 좋아서요. 머리 빗겨주고 땋아주고. 방울도 달아주고, 삔도 꼽아주고. 이게 털고르기네. 그러구요.
@수지 딸과의 털고르기(?)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진 분들이 많으시군요. 누나 머리카락을 가지고 논 기억은 있지만, 털고르기라고 하기엔 좀 과격한 기억인 것 같고..ㅎㅎ 무슨느낌일지 어렴풋이 상상해보면서 따뜻함을 느껴봅니다.
저도 글을 써야 할 때면, 타이핑을 하면서 예열을 하곤 합니다. 또각또각 소리와 감촉과 그리고 써내려가는 글들의 조합이 상당히 만족감이 높아요. 비슷한 취미를 갖고 있네요..! 사실, 이런 행위가 털고르기의 확장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많은 부분을 건너 뛴 망상에 불과하지만.. 썰로만 소비해보자면 꽤 흥미롭지요ㅎㅎ VR 같은 다음 세대의 인터페이스로의 적응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혹시 손으로 만지는 행위가 덜 반영되서 그런건 아닐까 요..!?
최근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서 혼잣말 식으로 떠들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은 더 정제된 스타일로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외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ㅎ 감사합니다!
비싼 키보드가 어떤 느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요즘 들어 키보드를 바꿀까 생각했는데 그냥 볼 땐 모르다가 막상 고르려고 하면 저 키보드의 세상은 어떤 것일까 하고 신중해지기도 합니다.
한 손으로 키보드를 쳐야 하므로 손가락 자리들이 제각각이라서..
예효. 내년 생일 선물로 키보드를 예약해둔 터라 5개월은 이 키보드와 함께 해야 합니다.
고양이라고 부르는 모란은 그루밍을 합니다.
그렇게 멀찌감치 떨어져 털 고르기를 하다가 타이핑을 하는 제게로 와서 마우스를 엉덩이로 불편하게 기대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앉아있습니다.
때로 키보드 위쪽에 엎드려 꼬리를 살랑거리는데 그 꼬리 끝으로 타자가 되기도 합니다.
진심 아무렇지도 않게 털을 고르며 꼬리를 흔들고 자판을 꼬리로 튕기는 고양이.고양이라고 부르는 모란은 그루밍을 합니다. 그렇게 멀찌감치 털 고르기를 하다가 타이핑을 하는 제게로 와서 마우스를 엉덩이로 불편하게 기대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앉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