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처음으로 코로나 감염을 의심했던 때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3/08

(다음은 2020년 3월, 코로나가 서서히 맹위를 떨치며 세상을 공포에 몰아넣던 시기에 적은 글이다. 최근까지 오미크론이 퍼지는 기세를 생각하면 그 정도로 겁먹을 건 없지 않았나 싶지만, 그때는 정말 두려웠고 그러면서도 슬기롭게 대처하지도 못했다. )


3월 말에는 코로나에 걸린 게 아닌가 하는 공포에 시달렸다. 아침에 눈을 뜨니 별안간 몸이 무겁고 등이 당기며 은근한 열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냥 몸살이겠지?

그즈음 잠을 잘 못잔데다 근육 운동을 했고, 전날 쌀쌀한데 옷을 얇게 입은 채 상당히 무거운 짐을 지고 돌아다닌 탓에 몸살이 났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래서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가족들과 아침 식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만약에’ 코로나라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커지기 시작했다. 짚이는 구석이 없다면 없고 있다면 있었다.

주말에 비좁은 곳에서 여러 명이 모여서 놀았으니까 구성원들 중 누군가에게 감염되었을 수도 있고, 음식 배달부가 문제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대중교통에서 잡은 손잡이 따위에 묻어 있던 바이러스가 마스크를 쓰고 벗을 때 옮겨왔을지도 모른다. 밖에서 뭘 만질 때마다 손을 소독했지만 그 와중에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지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불안해서 증상에 대해 온갖 얘기를 검색해봤다(증상 검색과 자가 진단은 대체로 의사들이 하지 말라는 짓이다). 코로나는 증상이 시작된 시점을 특정하기가 힘들고 마른 기침과 인후통, 후각 상실이 주요 증상이라 내 증상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근육통과 무기력감, 열감은 일치했으며, 애초에 코로나가 맞는지 아닌지 의사들도 구분이 힘들다고 했으니 어느 쪽으로 확신을 가질 길이 없었다.

아무튼 일단은 체온을 재야 했다. 하지만 집에 있던 체온계는 박살이 난지 오래라 새로 구해야 했다. 집안에 온갖 공구가 즐비하고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스마트 기기를 몇 대나 갖고 있으면서 고작 체온 하나 잴 수 없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쓰고 체온계를 구하러 밖으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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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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