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학교고 선생은 선생이다.
2023/07/20
나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모교라고 부를 만큼 정겹지는 않다. 친구들과 뒤엉켜 쌓은 추억도 적고 별다른 사건도 없다. 그저 입학한 날부터 학력고사 시험보기 직전까지 오전 7시 반부터 밤 10시 반까지 갇혀 지내던 감옥보다 조금 나은 이름이랄까. 나 같은 인생이야 그렇게 지냈지만 즉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면서 다른 애들처럼 반항도 땡땡이도 못치고 국으로 하라면 하고 말라면 마는 얼치기 범생이야 그저 그렇게 지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말도 말고 탈도 많고 추억도 많고 이야깃거리도 많은 나날을 보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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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 중고등학교시절 추억담을 나눌 때 경향각지에서 모인 친구들이 다 비슷하다며 웃었던 것이 선생님들의 별명이었다. 어느 학교나 ’미친개‘가 하나씩 있었고 ’개주디‘나 ’개떡‘이나 ’검둥개‘ 등등 하여간 개와 관련된 별명이 무척 많았다. 그리고 그 ’개‘는 결코 반려견처럼 사랑스러운 어감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개‘들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의 마지막 절규로 흐르기 십상이었다. “대한민국 학교 다 조까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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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를 말하긴 싫지만 왕년의 학교는 정말이지 엄청난 폭력과 비리의 현장이었다. 재미로 학생 때리는 (다른 이유가 없어 뵈는) 새디스트 교사가 흔했고, ’사랑의 매‘로 여겨지는 체벌이라 해도 그 정도가 심했다. 비리는 굳이 말할 것도 없겠지만 내가 들었던 가장 어처구니없는 일은 이것이다. 언젠가 만난 고교 친구의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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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대학 시험 치는데 글마가 (선생이) 내보고 후기 시험을 보라는기라. 나는 후기 안갈 낀데예 하니까 안다. 아무개랑 같이 시험 보고 답안지 넘기라 카능기라.” “선생이? 진짜가? 그래서 했나?” “했다.” “미친 거 아이가. 들키면 니 인생도 망가지는데.” “그때는 선생이 하라 하면 시늉이라도 해야 되나 싶었다.” 나는 그제야 알게 된 ’글마‘의 비리를 생각하며 치를 떨었다. 그래도 글마는 학생 생각하는 선생이다 ...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S초등학교 선생님 명복을 빌며, 학교에서 순직하셨던 그 뜻이 제대로 사회에 경종을 울려 바람직한 변화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S초등학교 선생님 명복을 빌며, 학교에서 순직하셨던 그 뜻이 제대로 사회에 경종을 울려 바람직한 변화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