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깊은 만큼 에너지가 많이 든다.

방성
방성 · 공학자
2023/09/17


 드라마나 소설을 보면 사랑하는 관계를 떼어 내느라 주변인들이 많은 에너지를 쓰는 방해가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물론 방해하려는 사연이야 여러가지다. 소위 막장 드라마라 불리는 것 처럼 어쩌다 보니 피를 나눈 남매 관계인 경우도 있고, 집안 부모나 조상들의 원한 관계, 이렇게 거창하지 않더라도 종교나 사회 경제적 이유 등  계급을 떠올리는 씁쓸한 현실적 이유도 있다. 아무튼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방해는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그만큼 현실에서 멀리 있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드라마나 소설은 해피엔딩과 비극으로 결말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연인들의 저항은 자신들의 목숨까지 걸 정도로 강하다. 흥미로운 것은 현실세계에서 사랑하는 이들은 관계를 방해하는 외력의 힘에 대응하는 태도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삶은 영화가 아니니까 당연하다.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지금이야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때는 많이 아팠다. 물론 내 기억에 제한됐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뇌피셜이 존재함은 인정한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한 때 사랑의 대상이 있었다. 또 누구나 그렇듯 우리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당시 나의 정신세계에 신의 존재는 없었다. 나는 세상을 과학으로 해체하고 있었다. 거기에 신이 있을 자리는 없었다. 신이 등장하면 내가 알고 이해했던 모든 세상이 무너져야 했다. 그녀는 그런 나를 이해했다. 나역시 그녀가 신의 자녀인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둘은 어쩌면 가장 커다란 외력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버티고 있었을 지 모르겠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회피했을 것이다. 우리는 둘 다 너무 어렸으니까 두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는 마냥 부정하고 반항하거나 회피하지 않았다. 나름의 노력을 했다. 거짓으로 연극할 수 있었다. 그녀를 곁에 둘 수 있다면 그정도 연극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회를 나가 세례를 받기 위한 과정을 밟았다. 하지만 그곳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다른 세계였다. 내 몸안에서는 두 세계가 매주 충돌했다. 세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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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이다. 그냥 세상의 물질과 이것 저것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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