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외면하고, 비명조차 입 막는 세상

전지윤
전지윤 · 배우고 글 쓰고 활동하는
2022/08/25
우리가 사는 세상이 구조적, 제도적, 문화적, 법적 차별과 불평등으로 뒤덮여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때로 절망스럽다. 계급적, 젠더적, 인종적, 정치적으로 소수의 편에서 고립된 사람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어다녀도 결국은 크고 작은 패배가 예정돼 있다. 그것은 마치 꿈쩍하지도 않는 거대한 벽 앞에서 계속 소리치고 발버둥치는 것과 같은 일이다. 
   
가끔은 온 몸에서 모든 에너지가 빠져 나가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구멍 속으로 계속 빠져들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벼랑 끝에 몰려 고공농성을 하고도 또 어마어마한 손배를 당하며 손발이 묶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며 느끼는 심정이고, 검언정 카르텔의 표적이 된 사람들의 끝없는 고통을 보면서도 느끼는 심정이다. 

미투(MeToo) 운동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초기와 몇몇 정치적 목적의 주목을 빼놓고 보면, 성폭력 피해자들이 직면한 거대한 벽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근 기사들을 보면서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부장적 질서가 구조화된 사회에서 젠더적 위계질서에서 더 낮은 위치에 있는 이들이 가장 흔히 직면하는 것은 성폭력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들이 직면하는 것은 철저히 다수자와 가해자의 시선으로 구성된 사회라는 거대한 벽이다.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인 상황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아래 <한겨레> 기사를 보면 그 아득함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성폭력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고, ‘기억이 난다’고 하면 거부하지 않았으니 동의한 것이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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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사람이 목적이 되는 다른 세상을 꿈꾸며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행동하길 원하는 사람입니다. <다른세상을향한연대>라는 작은 모임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쓴 첫 책에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168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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