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여자의 선택] 일과 가정 사이에서

에디터 노트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연구하고 성별에 따른 소득 격차 원인을 분석한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77세)가 수상했습니다. 그는 지난 2021년 국내 출간된 저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성은 가정도 갖고 커리어의 속도도 낼 수 있는데, 그것은 여성이 커리어의 속도를 늦추고 가정 일을 챙기기 때문이다. 둘 다 무언가를 잃는다. 남성은 가족과의 시간을 버려야 하고 여성은 커리어를 버려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 여성은 어떨까요? 여기 계약직 회사원부터 공무원, 전문직에 이르기까지 아이를 낳고도 계속 일한 3040 여성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해왔을까요. 

경단녀는 처음이라

김세정(31세) 전업 주부

2021년 스타트업에 다니다가 임신을 했고, 그 사실을 회사에 곧바로 알리지 않았다. 계약직으로 일하던 상태라 임신 자체가 재계약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 초기 3개월이 지나고 안정기에 접어든 후에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강도가 이전보다 약한 업무로 대체되었다. 아주 간단한 일, 최근 출산하고 복귀한 선배와 같은 업무였다. 그런 와중에 당시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서 권고사직을 진행한다는 이야기가 사내에 돌았다.

계약 만료 시점이 됐다. 회사에서는 나한테 출산을 하고 나서 출산 휴가를 쓸 건지, 또 육아휴직도 이어서 쓸 건지 물어봤다. 자연스럽게 회사를 나가라고 이야기했다. 어쩌면 이런 결과를 결혼할 때부터 예상한 것 같다. 결혼을 하면 아이를 가질 생각을 했었으니까. 그리고 한국 사회가 임신한 여성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엄마에게 얼마나 무리한 것을 요구하고 기대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당연한 수순이었다. 가정에서도 육아를 한 명이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내가 해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배우자 생각도 같았다.

아이를 낳을 쓸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은 당시 2년 3개월이었는데,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아이가 20개월이다. 이렇게 어린 아이 옆에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없다. 아이에게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레 일보단 가정이 중요해졌다. (일로 버는 돈과 아이를 돌보는 가치를 비교해서 보다 효율적이라고 여긴 쪽으로 내린 결정이기도 하다.) 내가 회사에 다니면 아기가 아프거나 하는 긴급 상황에 제때 대처하기 힘들어지고, 그러면 돈과 시간이 더 들어간다. 그런 것까지 계산해봤을 때 일을 한다고 금전적으로 크게 여유로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많은 책과 미디어를 보며 공부하니 아이 옆에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와 시선이 내 결정을 지지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아기를 키우는 동안 내가 희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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