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라인’ 조사에 1442일… 말기암 환자의 死라진 시간 [그녀의 우산 2화]
2023/10/04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를 처음 만난 날. 한여름 매미 울음소리가 얼마나 우렁찬지 식당 안에서도 그 소리가 다 울릴 정도였다. 면발을 건져 올리려던 젓가락을 내려놓게 된 건 이 노무사의 그 말 때문이었다.
“지금도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사람들은 다 지난 이야기라고만 생각해요.”(이종란 노무사 인터뷰 2023. 8. 9.)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가 멎은 듯 주변이 고요해졌다. 대신 무거운 공기가 어깨를 짓눌렀다. 세상은 여전히 더디게 변화하고, 누군가에게는 가혹했다.
입사한 지 약 7~8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몸에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아토피. 이 시기는 그녀가 유해물질이 가득한 생산라인에 들어가던 시기와 맞물린다.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부서 이동을 자원하고, 2006년 1월 연구소 내 ‘사무직’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후 최 씨를 괴롭히던 아토피는 사라졌다.
그녀는 제2의 인생을 꿈꾸며 2017년 8월 퇴사하지만, 기대는 1년도 안 돼 꺾이고 만다. 2018년 7월 최 씨는 유방암 3기 진단을 받는다.
그녀는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지킴이 반올림’을 만나면서 자신의 유방암이 산재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최 씨는 2019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서를 제출한다. 그리고 2023년 7월이 돼서야 ‘불승인’ 판정을 받는다. 말기 암 환자에게 무려 4년이나 걸려 도착한 결과는 너무도 허망했다.(관련기사 : <반도체, 말기암, 불승인… 나는 홀로 ‘마지막’을 준비한다>)
“피해자들한테 산재 인정은 곧 생계와도 연...
인구도 적은 나라에서 생명경시가 이렇게 높은 이유를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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