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라인’ 조사에 1442일… 말기암 환자의 死라진 시간 [그녀의 우산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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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4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를 처음 만난 날. 한여름 매미 울음소리가 얼마나 우렁찬지 식당 안에서도 그 소리가 다 울릴 정도였다. 면발을 건져 올리려던 젓가락을 내려놓게 된 건 이 노무사의 그 말 때문이었다.

“지금도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사람들은 다 지난 이야기라고만 생각해요.”(이종란 노무사 인터뷰 2023. 8. 9.)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가 멎은 듯 주변이 고요해졌다. 대신 무거운 공기가 어깨를 짓눌렀다. 세상은 여전히 더디게 변화하고, 누군가에게는 가혹했다.
‘반올림’이 2015년 10월 29일 반도체 노동자들의 고통과 희생을 기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반올림
최진경 씨(48)는 2000년 1월부터 17년 8개월간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정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중 6년은 실험실과 생산라인을 오가면서 근무했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화학물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입사한 지 약 7~8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몸에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아토피. 이 시기는 그녀가 유해물질이 가득한 생산라인에 들어가던 시기와 맞물린다.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부서 이동을 자원하고, 2006년 1월 연구소 내 ‘사무직’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후 최 씨를 괴롭히던 아토피는 사라졌다.

그녀는 제2의 인생을 꿈꾸며 2017년 8월 퇴사하지만, 기대는 1년도 안 돼 꺾이고 만다. 2018년 7월 최 씨는 유방암 3기 진단을 받는다.

그녀는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지킴이 반올림’을 만나면서 자신의 유방암이 산재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최 씨는 2019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서를 제출한다. 그리고 2023년 7월이 돼서야 ‘불승인’ 판정을 받는다. 말기 암 환자에게 무려 4년이나 걸려 도착한 결과는 너무도 허망했다.(관련기사 : <반도체, 말기암, 불승인… 나는 홀로 ‘마지막’을 준비한다>)

“피해자들한테 산재 인정은 곧 생계와도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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