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돌봄] 이태원 참사로 상처 받은 모든 이에게

에디터 노트

이태원 참사 1주기입니다. 당시 현장에서 살아남은 김현지 씨(가명, 31세)는 그날 이후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돕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괴로웠다고 합니다. 시간을 밀어낸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그에게 1년은 참사가 준 상실과 공포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힘든 건 현장에 있던 사람만이 아닙니다. 뉴스와 SNS로 이태원 참사라는 사회적 재난을 접한 이들 역시 고통스러웠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겪은 사람, 특히 2030 세대의 마음을 돌아보기 위해 얼룩소는 김현지 씨와 <여섯 밤의 애도> 저자인 고선규 임상심리학 박사를 만났습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추모 공간. 2023.10.27. 출처: 연합뉴스
 
 
 

가슴 깊이 새겨진 이태원 참사

 
고선규 임상심리학 박사
이태원 참사 후 사계절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상담을 하면서 만난 많은 내담자가 1주기 전후로 자신이 되게 달라질 거라고 기대해요. 그런데 막상 1주기가 지나도 별로 달라지지 않으면 또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미디어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라고 많은 뉴스를 내보내고 있는데, 이런 걸 보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김현지 이태원 참사 ‘생존자’
주말에 사람 많은 곳에 갔는데요, 지하철에서 “지금 인구가 몰리니까 몇 번 출구를 이용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더라고요. 길거리에도 경찰이나 응급차가 대기하고 있고요. 이렇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괜찮은 추모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1주기 외에도 사람이 많이 몰리는 추석이나 설날 연휴 같은 때에도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선규 임상심리학 박사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안전에 대해 서로 예민해지는 게 추모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말씀이신 거죠?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분들은 일상에서 매일 경험하는 어떤 변화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전국적으로 추모하는 분위기가 고마우면서도 유별나게 느끼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추모 방식이 힘든 분도 있다는 뜻이죠. 이태원 참사를 겪은 분들이 다 같은 경험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각자 고유한 맥락이 있어요. 현지 씨 맥락에서 대형 참사 경험이 있고 은지 씨 맥락에서 또 다른 경험이 있는데, 나라에서는 참사 경험에 접근할 때 다 똑같은 경험일 거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상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라가 달라져야 하는 지점이 아닌가 생각해요. 이태원 참사로 어떤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야말로 되게 중요하거든요.
 
원은지 alookso 에디터
저는 이태원 참사를 취재해 기사를 쓰거나 유가족과 생존자 인터뷰를 했어요. 희생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공부하고 기록하다 보니까 전혀 모르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러면서도 이 일을 계속 받아들이는 것이 사실 힘드니까, 이태원 참사 1주기가 한참 남았던 시점에는 일부러 관심에서 떨어뜨려 놓았던 것 같아요. 1년 내내 유가족, 참사 당사자처럼 힘들어 할 수는 없으니까요. 또 그렇게 힘들어한다고 제가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참사 당사자뿐 아니라 그날 각자의 장소에서 뉴스로 참사를 지켜본 사람들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추모의 장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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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적 사별자의 애도를 돕는 임상심리학자 한국심리학회 자살예방분과위원장 [펴낸책] 우리는 모두 자살사별자입니다(창비, 2020) 여섯밤의애도(한겨레출판, 2022)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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