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노예는 어떻게 다른가'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이 달의 도서 추천)
2024/11/04
24년 10월에눈 한국인에게 정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해준 마이클 샌델의 2023년 작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Democracy’s Discontent)』를 추천한다.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출판사에 대한 불만부터 얘기하고 싶다. 책의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면 ‘민주주의의 불만’ 정도로 해석되는데 왜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로 번역했는지 의문이다.
책 내용도 공화주의의 성격이 변질되면서 민주주의가 약해지고, 돈이 많은 소수에 의해 세상이 지배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핵심이다. 책 띠지에 적힌 글은 더더욱 이해가 안된다. “민주주의는 정말 선한가?” 라는 질문은 책에서 만나볼 수 없다. 번역된 책의 제목과 표지를 보면 이 책은 마치 ‘민주주의도 문제가 있어’라고 말할 것처럼 보인다. 책 표지를 다시 보면서 필자가 책을 잘못 읽었나 싶었다. 출판사에 대한 불만은 여기까지 하자.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초기 미국에서 ‘시민은 공동선에 대해 고민해야 하며, 정부는 시민에게 자치에 필요한 소양과 덕목을 적극적으로 심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했다는 것이다. 샌델은 그 근거로 미국 초기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연설을 분석하는데, 필자의 기억에 가장 남는 내용은 미국 3대 대통령인 제퍼슨이 ‘대규모 제조업은 공화주의 시민의식의 전제조건인 독립성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며 대규모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것을 반대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제퍼슨을 포함한 전통 공화주의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시민의식은 자신이 소유한 생산수단을 가지고 자유롭게 상품을 생산할 때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대규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처럼 누군가에게 종속되어 강제로 일을 한다면 시민 의식이 성장할 시간과 기회가 없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