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을 누르고 있는 돌덩이를 움직여보다 (4)

마릴린
마릴린 · 전직 선생, 현직 무직.
2024/02/12
불길한 예감은 여지없이 들어맞는다.

우리 반은 4층에서도 저 구석에 따로 있다. 한 층에 네 반 있고, 윗 층에 세 반, 해서 모두 일곱반.
학년교무실은 3층, 문을 나가면 세 반이 주욱 열지어 있어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시끌시끌하다. 애들이 도통 교실 안에 앉아 있질 못하는 것 같다. 
아우성에 뛰어다니고, 노래소리도 들린다.
안 봐도 다 느껴지는 이 날만의 풍경이다.
애들은 너나없이 다들 한 마디씩 칠판에 가득 인사말을 적어놓는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그동안 고맙습니다.'등등.
뻔한 립서비스이지만 이 날만큼은 더 더욱 정감있고, 가슴에 새겨지는 그런 분위기 메이커 표현이다.
거기에 양념처럼 등장하는 꽃송이들, 풍선들, 경우에 따라선 케익도, 폭죽 등장하면 최고조 열풍.

3층의 교실은 이미 축제 분위기다.
1교시 담임시간에 다 정리하고 애들 보내라고 한다. 
국어, 영어 선생님은 우리 반 옆 교실이고 벌써 들어가신다. 
나도 천천히 발을 옮겨 계단으로 올라간다. 
제발, 그러지 않기를, 아무리 우리 반 애들이 유별나다해도 기본은 있겠지. 마음은 똑같겠지.
먼저 국어 선생님반을 스치며 지나간다.
슬쩍 쳐다보니 칠판에 한가득, 주위에는 꽃과 풍선으로, 가운데 선생님 서계시고 너무 행복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애들과 함께 하고 있다. 
지나치며 영어 선생님반을 곁눈질로 쳐다본다.
남자선생님반이지만 앞 반과 분위기가 거의 흡사하다. 
참 보기 좋은 광경이다. 이런 맛에 선생하지........

인성교육부를 지나면 우리 반이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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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선생으로 31년 근무하고 명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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