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것을 욕망하는가?(1)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6/28
나는 왜 그것을 욕망하는가(이미지 - 동아일보 발췌)

나는 왜 그것을 욕망하는가?
       
철학적 사유, 혹은 과학적 호기심이 언제부터 인간적 특징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분명하게 철학적 사유가 확인되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을 그 시발점으로 삼는 것은 지나치게 박한 처사일 수 있다. 철학적 사유의 근본이 되는 일반화와 추상화는 이미 그 이전부터 확인되었다. 언어가 그 증거이며, 더 낮은 차원의 증거로는 동굴의 벽화들 또한 그 증거가 된다. 인간은 자신들이 관찰한 타자, 다른 생물들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지 않고 필수적이라고 여기는 것만 추려내어 그렸다. 

그림의 대상이 된 모든 소재들은 동굴 벽이라는 평면이라는 장을 통해 드러낼 때 가장 그들임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요소들만 선택되어 그림으로 남았다. 이는 결국 다음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어떤 대상이 평면이라는 맥락에서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지 생각하고 그 대상을 표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 즉 표현상의 본질을 벽에 그려냈던 것이다. 바로 이 본질에 대한 감각이 철학적 사유다.

인간의 이러한 철학적 감각이 일단은 처음에는 외부에 존재하는 타자에게 향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희랍의 철학자들이 본격적인 철학적 탐구를 시작했을 때에도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은 이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라는 문제였다. 흔히 최초의 철학자로 일컬어지는 탈레스(BC625~547)가 궁금해 했던 것은 ‘만물의 근원이 무엇인가?’였다. 그는 다양한 물체, 생물, 자연 현상들이 그저 다양한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탈레스는 만물이 다양한 모습으로 생성되고 사라지고 변화하는 것을 보며 그런 모습들을 관통하는 본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다양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을 어떤 것이게 만드는 이 본질을 탈레스는 ‘물’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탈레스가 ‘물’을 만물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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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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