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신발 안티에이징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6/29


근래에 들어 신발에 대해 할 얘기가 많이 쌓였다. 전에도 이야기했듯, 원래 나는 신발에 큰 관심을 갖거나 신발 관리를 열심히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적당한 신발을 사서 주구장창 하나만 신고, 그 신발이 너무 낡아서 더 신었다간 나의 삶의 질이 낮아지거나, 신발의 모양이 봐줄 수 없을 정도로 추하다 싶을 때 버리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신발 관리와 보수에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는 아버지가 신발을 바꿔가며 신고 구두약도 입혀야지 그게 뭐냐고 잔소리를 했을 때도, 옳은 말이지만 귀찮아서 도저히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신발 관리에 대한 인식이 평균보다도 약간 더 낮은 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니 신발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수준이었다고 표현해야겠는데, 생각해보니 ‘취급’이라는 말을 쓰기도 민망하다. 그때는 신발을 신고 다닐 뿐 달리 인식하지도 취급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보드게임은 카드 500장에 일일이 보호 비닐을 씌울 정도로 애지중지하면서도 신발 관리는 안중에도 없는 주인을 만난 가죽 신발 세 결레가 몇 년도 버티지 못하고 떠나갔다.

그런 인식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네 번째 가죽 신발인 호킨스 운동화가 심하게 마모되었음을 인식했을 때부터였다. 먼저 사서 너무나 잘 신고 다닌 호킨스 보트화를 버린 뒤 그 자리를 채우려고 새로 산 보트화가 너무나 발에 안 맞았던 탓에, 남아있는 가죽 신발 중에 잘 신던 운동화라도 살려봐야겠다는 위기감이 생긴 것이다. 그동안 하던 대로 하자면 이것도 대충 신다 버리고 끝이었겠으나, 이벤트 기간에 심사숙고해서 8만 원이나 주고 산 보트화가 도통 길이 들지 않으니 새 운동화를 사서 잘 신을 자신도 생기지 않았다. 신발이라는 물건의 특수성을 겨우 깨달았다고 할까. 내 발에 잘 맞을 뿐더러 내가 가진 옷, 그리고 나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신발은 좀처럼 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리하여 고심 끝에 죽어가는 운동화의 밑창을 살릴 방법으로 택한 것은 고무 밑창 원단과 본드를 사서 붙이는 것이었다.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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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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