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투병일지] 5. 아픈 내가 다 큰 어른이라 우리 엄마는 덜 가슴 아플까
2024/05/20
[갑상선암 투병일지]
아픈 내가 다 큰 어른이라 우리 엄마는 덜 가슴 아플까
24. 3. 27
아픈 내가 다 큰 어른이라 우리 엄마는 덜 가슴 아플까
24. 3. 27
아직 아이들이 잠들어있는 이른 아침, 새벽에 출근한 남편도 없고, 어른 없는 집에 두 녀석만 놓고 나오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침밥은 뚜껑 덮어 식탁 위에 차려놨고, 학교에 가지고 갈 물통도 옆에 꺼내 두었다. 옷도 입는 순서대로 꺼내놓고, 오늘 날씨에 적당한 외투도 꺼내 놓았다. 이제 정말 준비 끝.
입원 수속은 2시부터인데 하필이면 초음파가 오전 9시. 아이들 학교는 보내놓고 가고 싶어 조금 늦출 수 있나 물었더니 조정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우주야 걱정 없지만 이제 막 1학년이 된 하나가 걱정이다.
“엄마가 없으면 우주가 보호자야. 그냥 학교 앞에서 헤어지면 안 되고 하나 신발 갈아 신고 들어가는 것까지 봐야 해. 알았지? 만약에 하나가 준비가 늦어서 지각하는 상황이야. 그럼 우주 먼저 출발해야 할까. 늦어도 하나를 데려가야 할까?”
이런저런 시뮬레이션을 모두 끝내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내가 없을 때 더 잘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다. '띠리링' 키즈콜 알림이 울린다. 하나의 가방에 달아놓은 센서가 학교 후문을 통과했다는 뜻이다. 8시 30분 정문 통과. 늦지 않고 잘 갔구나.
그 시간 나는 기차에서 내려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남편이 일본 여행 갔을 때 사 왔던 작은 사이즈 캐리어를 달달달 끌고 노트북 가방을 메고 걷는다. 남편이 이걸 사 왔을 때는 장난감도 아니고 이렇게 작은 걸 어디에 쓰냐고 코웃음을 쳤는데 미안하게도 허구한 날 내가 아주 잘 쓰고 있다.
캐리어를 끌고 KTX를 나서는 사람이 나 말고도 여럿이다. 캐리어를 끌고 기차역에서 나온다고 해서 다 여행을 가는 건 아니다.
캐리어를 끌고 병원까지 10여 분을 걸으면서 콧노래가 났다. 아무리 큰 걱정은 안 한다지만 콧노래는 아니지 자중하자. 수능을 볼 때도 그랬다. 평소처럼 하던 대로 하자 주문을 외우다가 지나치게 긴장을 풀어서 모의고사 보다 더 설렁설렁 풀어버렸다. 그게 그게 아니...
일상을 기록하던 습관이 직업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 글쓰기를 가르치며 1년에 한 권 책을 만듭니다. 아이와 있는 시간을 가장 사랑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읽거나 쓰며 지냅니다.
저서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외 다수. 1인 출판사 문화다방을 꾸려가고 있습니다.